개인들이 주식 공모 및 회사채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낮은 예금금리에 실망하고 있던 터에 증시가 살아나면서 공모주와 회사채의 수익률이 쑥쑥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증시 상장과 채권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선택할 수 있는 투자처도 늘어나는 추세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기업공개(IPO)를 한 16개사의 공모주 청약에 일반투자자 자금이 6조원가량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달에 상장한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만 4조40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이는 지난달 공모주 청약증거금(1조545억원)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청약증거금이 청약액의 50%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달에만 8조원 가까운 거액이 공모주 시장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대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개인들의 뭉칫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새로운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는 채권인 BW는 주식 인수 행사가격이 당시 주가보다 낮을 때 차익을 얻을 수 있어 최근처럼 강세장일 때 인기다. 지난 22~23일 발행된 대우차판매 BW에는 4조7351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이 중 2조원가량이 개인 자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까지 BW를 발행한 기아차 코오롱 아시아나항공 등도 총 2조2760억원의 개인자금을 끌어모았다. 여기에 공모주 청약 시장에 투자된 6조원을 합하면 올 들어 공모시장에 몰린 개인자금은 10조원이 넘는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방배지점장은 "증시가 좋아지면서 일부 큰손들이 수십억원씩 싸들고 공모주나 BW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은행 정기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우량 회사채를 찾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작년에 월 평균 2000억원가량의 채권을 팔았지만 지난 1월에는 6300억원어치의 채권을 판매했다.

삼성증권의 소매채권 판매액도 작년보다 배 이상 늘어난 월 평균 4000억원을 기록하고 있고 대우증권도 작년 대비 30% 증가한 월 평균 3000억원 안팎의 채권을 판매하고 있다.

채권 수요가 늘면서 최근에는 신용등급 'A급' 이상인 우량 회사채뿐만 아니라 'BBB급' 이하의 고위험 채권도 소진되고 있다. 지난 8일 'BB+급'인 동양메이저가 15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10일에도 'BB+'인 한국저축은행이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판매했다.

우승하 대우증권 채권운용부장은 "A급 이상의 채권 금리가 연 6%대에서 5%대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BBB급 이하의 채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뭉칫돈을 공모주나 고위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예금 금리뿐 아니라 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코스닥 새내기주인 중국식품공업과 네오피델리티는 각각 상장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공모가의 3배 이상 폭등했다.

행사가격이 6880원인 기아차 BW도 행사기간 첫날인 지난 20일 주가가 9800원이었고 현재 1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1만원에 BW를 행사한다면 수익률이 45.3%에 달한다. 대우차판매의 BW도 행사가액이 현 주가의 절반 수준에 그쳐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공모주나 BW는 주식 투자보다 고수익이 기대되면서도 안정적이라는 매력까지 지니고 있어 당분간 공모시장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청약경쟁률이 치솟으면서 배정 주식 수가 줄어들어 청약자금 대비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