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 프로그램매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뒤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1일 '최근 주식시장 동향과 프로그램매매의 역할'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달 중순 이후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로 인해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프로그램매매란 미리 정해진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따라 여러 종목을 일시에 대량으로 자동매매하는 방식의 거래를 말한다. 선물 · 옵션 만기일 등을 제외한 일반 거래일에도 프로그램 매매는 전체 거래의 20% 이상을 차지할 때가 있을 정도로 활발해 기관 개인 외국인에 이은 '제4의 매매 주체'로 꼽히기도 한다.

이처럼 프로그램 매매가 큰 영향력을 갖게 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험회피 성향이 커지며 뚜렷한 매매주체가 사라진 탓에 증시 내 수급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외국인투자자의 매매회전율이 2007년 117%에서 지난해 138%로 높아지는 등 외국인의 투자가 단기화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또 작년 10월 이후 주식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매매기법)가 금지되자 대신 '선물매도-현물 매수' 기법이 활용된 점도 왝더독 현상을 심화시킨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프로그램매매 활성화와 외국인투자자금의 단기화로 주가변동성이 확대돼 환율 등락과 주가변동성을 확대시킬 우려가 크다"며 "외국인의 투자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증시 급등락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적립식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등으로 주식매수 기반을 확대해 선물시장의 영향력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