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장중 한때 코스피200 지수가 잘못 산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인적분할로 인해 16거래일 만에 재상장된 LG화학의 시가총액이 잘못 적용되어 코스피200 지수 산출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잘못된 코스피200 지수에 따라 지수선물 및 지수옵션을 거래한 투자자들의 경우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에 따라 법정 소송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적잖은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와 한국거래소, 코스콤 등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이 개장한 이후 10시31분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코스피200 지수가 잘못 적용되어 산출됐다. 이 잘못된 코스피200 지수를 기준으로 투자자들은 지수선물 및 지수옵션 매매를 벌였다.

이날 문제가 됐던 기초자산은 코스피200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LG화학. 이 회사는 인적분할을 진행하면서 지난달 30일부터 주권매매 거래가 정지됐었다. 이후 신설법인 LG하우시스와 함께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 20여일 만에 첫 거래가 시작됐다.

그런데 LG화학의 주가가 프로그램상 잘못 계산된 것이다. 재상장 첫거래일에는 거래정지 이전 종가(9만원)를 코스피200 지수에 적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도록 돼 있는데 훨씬 더 비싼 실거래가(12만원대)가 그대로 반영되면서 시가총액 규모가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LG화학이 코스피2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한국거래소 측은 이에 대해 "정상적인 자료를 코스콤 측에 제공했지만, 코스콤 측에서 잘못된 정보가 입력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콤 관계자도 "프로그램 안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인지, 담당 직원이 키보드 입력 등을 잘못 해서 나타난 결과인지 등에 대한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코스콤 등 관계기관에 피해보상을 위한 소송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선물담당 애널리스트는 "거래소 측에서도 오류라고 명백히 인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소송도 가능한 일"이라며 "코스피200 지수의 산출 오류로 인해 오히려 돈을 번 투자자들도 있겠지만, 돈을 잃은 투자자들의 경우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거래하는 상품이 돼지고기라고 가정할 때 100그램을 4000원에 살 수 있는 삼겹살을 99그램에 4000원을 주고 산 격"이라며 "판 사람은 1그램 이익을 봤을테고, 산 사람은 1그램 손해를 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저울에도 분명히 100그램으로 표기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관계기관도 억울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날 10시32분에 코스피200지수의 산출 오류가 바로잡히기 전까지 지수선물과 지수옵션을 매매한 투자자들의 경우 1그램을 더 달라고 소송을 걸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스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류가 수정되기 직전까지 다행히 코스피200 지수의 변동폭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증권사 등을 통해서 손해봤다는 내용의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