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기관투자가인 투신이 주식을 줄기차게 내다 팔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6개월 만에 1300선을 회복한 지난 7일부터 8일째 순매도에 나서며 보유 주식을 2조원 넘게 처분했다.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들은 주식형펀드에서 일부 환매가 나타나고 있는 데다 이미 주식 비중이 높아 주식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전하고 있다.

16일 투신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초반 1200억원 가까이 사들였지만 지수 오름폭이 커지자 '팔자'로 돌아서 4500억원의 매도 우위로 장을 마쳤다. 투신 순매도는 주로 프로그램 매물이었으며 전기전자 운수장비 금융업종이 주된 매도 대상이었다. 이로써 최근 8일간 순매도 규모는 2조1000억원을 넘었다.

양정원 삼성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로 자금이 안 들어오다 보니 운용사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선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단 하루만 제외하고 7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루 평균 370억원꼴로 순유출된 것이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공모펀드는 물론 사모펀드에서도 조금씩 환매가 나오고 있다"며 "주식 비중은 높은 상태를 유지한 채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조정을 염두에 두고 비중 조절에 들어간 곳도 나타나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많이 오른 종목에 대해서는 조금씩 차익을 실현하며 비중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투신 매도에도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코스닥시장은 저점에서 너무 많이 올라 경계심이 높아질 수 있는 시점이지만 코스피지수는 1400선 정도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