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에서 은행지주사로 전환한 골드만삭스가 13일 시장 기대를 훨씬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실적 발표와 함께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을 상환하기 위해 일반공모 방식으로 50억달러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웰스파고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30억달러의 1분기 순익 전망치를 발표한 데 이어 골드만삭스가 깜짝 실적을 공개함에 따라 금융위기 진원지인 월가 금융사들의 실적이 바닥을 쳤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의 1분기 순이익은 18억1400만달러로 전분기 21억달러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전년 같은 기간(15억달러)에 비해서도 20% 늘어난 것이다. 보통주 기준으로 주당 3.39달러의 순이익을 거둬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주당 1.64달러)의 두배를 넘었다. 특히 채권 및 외환상품 부문 순매출이 65억6000만달러로 수익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투자은행(IB) 부문 수익은 8억2300만달러로 30% 감소했다. 자산관리 및 증권서비스 분야 수익도 14억5000만달러로 29% 줄었다.

골드만삭스의 순익 급증은 지난해 말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회계연도를 바꾼 것도 작용했다. 원래 골드만삭스는 11월 말 결산법인이었으나,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12월 말 결산법인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발생한 13억달러의 세전손실을 1분기에 반영하지 않고 따로 공개했다.

시장에선 이 같은 요인을 제외하고서도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라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주가가 최근 한 달 새 70%가량 급등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투자자들이 은행 실적에 자신감을 찾게 된 이유로는 무엇보다 경기회복을 꼽을 수 있다. 소매판매,공장주문,기업재고,주택관련 지표에서 미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 월가 대형 금융사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최근 금융주들이 뉴욕 증시를 주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번주 발표되는 JP모건(16일), 씨티그룹(17일)의 1분기 실적이 흑자로 전환될 경우 금융사 실적이 바닥을 쳤을 것이란 인식이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업용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와 신용카드 론의 부실화가 진행되는 만큼 금융주의 실적 바닥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이날 50억달러의 유상증자를 통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1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빚을 갚아 보너스와 연봉 규제 등 간섭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회사 측은 이달 말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결과가 나오고 정부가 용인하면 추가 자본 확충을 통해 구제금융을 서둘러 상환할 계획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이미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