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 실물 분야에서 최근 들어 주요 지표들의 추락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진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NH투자증권은 생산지표 중 핵심인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기준으로 올 1월 1.3%의 증가세를 보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증가폭이 조금 커져 1.5%를 나타낼 것으로 26일 관측했다. 김종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연말 감산 및 조업 중단 등에 들어간 업체들이 올 들어 생산을 재개하면서 가동률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2월 산업생산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설연휴를 감안해 올 1월과 2월의 산업생산 평균치를 살펴본 결과 전달보다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2007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이달 들어 경기 바닥 신호가 출현했다고 주장했다. 이 증권사는 업종별로 전체 분석 대상 27개 업종 중 21개 업종이 사이클상 회복과 확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어 이익 개선이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20일을 기점으로 기업이익 모멘텀이 저점을 통과했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와 건설 부문에서의 수주 증가도 경기 회복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액의 전월 대비 증감률을 보면 지난해 10월 8.7%의 증가세에서 11월 -11.1%로 고꾸라졌으나 12월엔 -2.8%로 감소폭이 줄었으며 올 1월엔 5.6%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광공업 재고도 전월 대비 증감률을 보면 작년 10월 2.1%에서 11월 -0.3%로 재고가 줄어들기 시작한 뒤 12월과 올 1월엔 각각 -6.6%와 -3.5%로 재고가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건설공사의 진척 정도인 건설기성액도 전월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7.2%에서 올 1월 17.9%로 큰 폭의 플러스로 돌아섰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 만큼 2월부터 건설쪽의 지표가 더 빨리 개선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내수 회복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를 감안하면 바닥을 치는 시점은 글로벌 경기 상황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만 하더라도 지난달 감소폭이 -17.1%(전년 동월 대비)로 1월의 -33.8%에 비해선 감소폭이 줄었지만 이달엔 감소폭이 20%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 국장은 "금융시장이 호전되고는 있지만 베어마켓랠리(약세장 속의 단기 회복)의 성격이 강하며 글로벌 상황에 따라 수출 생산 등이 달라질 수 있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는지를 현재로선 알기 힘들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도 "최근 지표가 소폭 호전되는 것은 전기 혹은 전월의 감소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저 효과"라며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회복이 전개되는 시점은 내년이나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차기현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