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자금이 주식과 채권 공모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1분기 결산을 앞두고 주식 매입에 부담을 느낀 기관들이 일정 수익이 보장된 공모 물량을 좇아 자금을 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공모주 시장에선 기관들의 청약이 활발해지며 공모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으며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회사채발행시장에서도 기관들의 청약경쟁률이 일반투자자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공모주 투자 활발할 듯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오롱생명과학의 수요예측에 기관들이 대거 참여하며 배정 물량 43만2000주를 모두 받아갔다. 전체 공모 물량의 60%로 금액으로는 101억5200만원 규모다.

덕분에 이 회사의 공모가는 희망가인 1만9500~2만3500원 가운데 가장 높은 2만3500원으로 결정됐다.

불과 3주 전인 지난 5일 기관으로부터 수요예측을 받은 중국식품포장은 기관들의 저조한 참여로 희망가 하단인 2700원에 못 미치는 1500원으로 공모가가 결정됐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참가한 기관들이 110곳 이상이었다"며 "이에 따라 기관 경쟁률이 40.81 대 1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최고 청약경쟁률인 569 대 1을 기록한 디지털 오디오 앰프 칩 전문기업 네오피델리티도 최근 기관 수요예측에서 배정 물량의 40배가 넘는 자금이 몰렸다. 주관을 맡았던 한화증권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와 상호저축은행 등의 입질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관들이 공모주 시장을 외면하며 청약이 잇달아 철회됐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신동민 대우증권 ECM부 팀장은 "상반기 공모주 시장은 지난해 연기 기업들의 잇단 상장을 계기로 활발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하반기에 대기하고 있는 점도 기대를 크게 한다"고 말했다.

◆BW · 회사채 발행 물량에도 관심 높아

회사채와 BW시장에서도 기관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지난주 초 기아차 BW 발행에선 기관들의 경쟁률이 49 대 1을 나타내며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달 기관을 대상으로 한 코오롱 BW 청약에선 당초 계획했던 4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880억5000만원이 몰려 경쟁률이 2.2 대 1을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오는 25~26일 아시아나항공이 1000억원 규모의 BW를, 27일엔 한화건설이 16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특히 한화건설 회사채는 기관 간 치열한 물량 확보 경쟁으로 이미 투자자가 확정됐을 정도다. 한화건설 회사채는 BBB+ 등급으로 금리가 연 8.9%에 3개월마다 이자를 후지급하는 조건이다. 증권사들이 BBB급 회사채를 100억원 이상 소매시장에 내놓기는 지난해 7월 말 이후 처음이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금리 탓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투자리스크는 줄었다는 분위기"라며 "현 주가가 낮다는 판단 아래 전환에 따른 매력까지 커지며 공모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들도 회사채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의 회사채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2분기 603억원,3분기 1031억원,4분기 6356억원에 그쳤지만 올 1분기엔 1조7622억원에 달했다. 주식시장이 불안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보다 안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요즘처럼 불확실한 장세에서 기관이 주식을 사서 수익을 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투자처를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확정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회사채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일 때까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