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자산운용사)을 비롯한 기관들이 3월말 결산을 앞두고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연초 집중 매입했던 녹색성장주 등 테마주와 자동차 정보기술(IT) 증권 등 최근 강세를 보인 주식을 일부 처분해 수익을 확정짓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소강상태라 당분간 투신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수익률을 관리하며 종목을 교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8.14포인트(0.70%) 하락한 1161.81로 마감하며 3일 만에 하락 반전했다. 3423억원의 프로그램 순매수와 개인 및 외국인의 매수세 가담에도 불구하고 기관이 700억원 이상 순매도한 탓이다. 특히 투신은 530억원을 순매도해 프로그램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4000억원 가까이 '팔자'에 나선 셈이다. 투신은 현대차 LG전자 기아차 삼성증권 등 이달 들어 주가가 강세를 보인 종목을 집중 매도했다.

투신권의 차익 실현 움직임은 코스닥시장에서 더욱 뚜렷하다. 투신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10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127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태광(181억원)을 비롯 평산(139억원) 현진소재(130억원) 서울반도체(118억원) 셀트리온(108억원) 소디프신소재(82억원) 등 주로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등 녹색 관련주가 대상이었다.

그러던 투신이 지난 13일부터는 5일 연속 순매도로 돌변했다. 이 기간 순매도 상위 종목은 셀트리온(158억원) 평산(64억원) 소디프신소재(51억원) 현진소재(48억원) 서울반도체(32억원) 등으로 이달 초 · 중반까지 주로 샀던 종목과 일치한다.

투신권의 순매도 전환은 그동안 쓸어담았던 녹색 관련주 주가가 오르자 이익 실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는 물론 미국 등도 '녹색주'를 차기 성장동력으로 선정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고 펀드매니저들이 수익률 게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관련 주식을 편입했다"며 "이후 주가가 더 오른 틈을 타 일부 종목을 팔면서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3월 법인인 운용사들의 결산 시기가 다가온 것도 이들이 주식을 내놓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한 펀드매니저는 "운용사들의 결산일인 3월 말 펀드 수익률을 기준으로 펀드매니저의 인사고과가 매겨지고 올해 연봉이 결정된다"며 "불확실한 장에서 올랐을 때 일단 수익을 확보하는 게 지금으로선 유리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투신은 이익 실현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은행주 등을 일부 사들이는 모습이다. 고환율 수혜주로 분류되던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형주를 녹색 관련주와 함께 편입했던 펀드들이 이들 주식을 일부 정리하는 대신 환율 하락 수혜주인 은행주 편입에 나섰다는 얘기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부진했던 은행주를 보유 리스트에서 거의 비워뒀던 일부 투신사가 최근 금융위기가 완화되자 은행주를 서서히 채워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자증권 투자전략실장은 "지수가 1200선에 근접하자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주춤해지고 있어 투신권의 운신의 폭은 좁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종목 교체를 통한 수익률 관리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해영/김재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