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가 반토막 나면서 금융회사 임원들에 부여됐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당분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현재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낮아 지금 당장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을 비롯한 임원, 사외이사, 그룹 본부장 등은 2006년에 오는 21일부터 4년간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329만6천200주 부여받았다.

이 중 라 회장의 몫은 12만주다.

하지만 이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3만8천829원으로 오후 1시 현재 주가 2만5천550원에 비해 높아 지금 당장 행사하기는 불가능하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준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인데, 행사가격이 주가보다 높으면 차익을 얻을 수 없다.

KB금융도 지주회사로 바뀌기 전인 2006년 임원들에게 25일부터 5년간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 94만주를 나눠줬다.

행사가격은 7만5천200원이나 1대 1로 전환된 KB금융의 현재 주가는 3만4천원에 불과하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관계회사 임원들도 2007년에 오는 24일부터 3년간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181만9천주 부여받았다.

이 중 김 회장의 몫은 8만주다.

하지만 이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4만9천900원으로, 현재 주가 2만1천900원의 2배가 넘어 역시 행사가 불가능하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스톡옵션 제도라는 것은 임원들에게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대리인의 역할을 부여하는 제도로, 임원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단발적인 이익이라도 계속 내게끔 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결국 현재의 금융위기를 일으킨 원흉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 이익 극대화는 결국 주가를 반토막 나게 한다는 것을 주주들이 인식했기 때문에 향후에 는 스톡옵션을 부여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지고, 결국 이 제도는 사라지거나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