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업체들의 무리한 평가결과 발표로 국내은행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금융 관행이 신용평가에 너무 의존해있어 문제라며 이런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디스의 이사를 지냈던 컨설턴트 제롬 폰스와 샌 디에이고 대학의 프랭크 파트노이 법대교수는 16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이들은 제너럴일렉트릭(GE)에 대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존경받던 기업의 명성에 금이 가면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지만, 진정한 불명예는 주가 폭락과 배당금 삭감 등의 징후에도 불구하고 S&P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조정하는 미미한 변화를 결정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느냐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또 다른 주요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는 GE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기만 했을 뿐 아직 결정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은 이어 무디스와 S&P는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어온 11개 대형 금융회사에 대해 1년전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으며, 부실로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은 AIG에는 투자적격인 AA등급을 부여했었다고 비난했다.

특히 리먼 브러더스가 도산하기 불과 1개월 전에도 이들 신용평가업체는 A 등급을 부여했었으며, 가치가 거의 없어진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에 대해서도 최근까지도 최고등급인 AAA 등급을 유지했었다면서 S&P나 무디스보다 더 틀린 곳도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신용평가는 1929년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검사관이었던 구스타프 오스터허스가 은행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제안한 이후 사용범위가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머니마켓펀드(MMF)는 상위 2개 등급을 받은 채권만 살 수 있고 심지어 연방정부의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자금조달도 신용평가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 조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에 대한 지급결제도 신용평가에 의존하고 있다.

폰스 컨설턴트와 파트노이 교수는 이런 현상이 우리를 신용평가의 '덫(Trap)'에 빠지게 만들었다면서 이런 시스템은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AIG의 신용등급을 1단계만 낮춰도 80억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감독당국과 투자자들이 신용평가에 의존할수록 신용평가업체는 등급 하향 조정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업체들은 자신들의 신용등급을 평가해달라는 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자연히 자신들을 먹여 살리는 업계를 '물지 않으며', 또한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도, 등급 하향 조정 후 증권을 내다 팔 투자자들을 적대시하지도 않는다.

필자들은 이런 덫에서 벗어나는 길은 투자자들이 파생상품 투자계약 등에서 신용평가 결과에 따른 계약조건을 삭제하는 등 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면서 스스로의 판단에 따란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