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전4기'의 도전 끝에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120일 이동평균선을 가뿐히 넘어 1200선 탈환에 힘을 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가라앉고 원 · 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하면서 추가 반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1200선 돌파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1200선 위에서는 상승세를 끌어갈 동력이 부족한 만큼 외국인이 증시로 돌아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 달여 만에 1160선 돌파

17일 코스피지수는 뉴욕증시의 숨고르기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에 힘입어 1140선까지 뛰며 상승세로 출발했다. 기관과 프로그램의 매수세가 확대되면서 상승폭을 키워 오후 1시께엔 120일선인 1150선을 뚫었다.

장 막판 외국인이 매수 우위로 돌아서면서 지수는 더 탄력을 받아 38.42포인트(3.41%) 급등한 1163.88에 장을 마쳤다. 116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16일 (1175.47)이후 한 달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5월 고점(1901.13) 이후 한번도 넘지못했던 120일선을 돌파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20일선은 강세장에선 '조정의 마지노선',약세장에선 '반등의 저항선'으로 불린다"며 "코스피지수가 이 선을 뛰어넘은 만큼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풀이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5일 이동평균선이 60일선에 바짝 다가서 골든크로스가 임박했다"며 "중 · 소형주에 비해 최근 상승폭이 작았던 대형주를 중심으로 추가 반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원 · 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환율은 사흘째 떨어져 달러당 1400원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이는 단기 외화 부채 부담 등으로 환율 압박에 시달렸던 은행주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금융업종과 은행업종이 각각 7.73%와 7.04% 뛰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올 들어 환율 급등에 은행주 비중을 바닥 수준으로 끌어내렸던 기관들이 환율이 급락세로 돌아서자 허겁지겁 은행주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기관은 환율이 급락세를 보인 지난 10일부터 은행주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까지 기관은 KB금융과 신한지주를 각각 1880억원과 123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들 종목은 필립스의 지분 처분으로 대량 매매가 이뤄진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순매수 2위와 3위다.

◆추가 반등 관측 강해

이제 시장의 관심은 지수가 120일선 위에서 안착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환율 불안이 진정되고 있고 미국 금융주의 상승세가 돋보이는 등 금융 불안이 가시는 데다,동유럽발 불안도 가라앉는 분위기여서 기술적 반등을 넘어 120일선 안착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경기 부양과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악재에서 벗어나는 모습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1200선 돌파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반등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환율 하락으로 정보기술(IT)주의 상승 탄력이 시들해지고 있는 데다 은행주에 대해서도 슬슬 주가 수준이 부담된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백재욱 JP모간 주식영업본부장은 "1200선을 확실히 넘어서려면 국내 투자자만으론 힘이 달리고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야 한다"며 "외국인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자신있게 매수하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1200선을 넘어서면 일단 경계심이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들은 환율 효과로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 달 중반 이후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충격이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특히 미 증시가 다시 조정을 받으면 국내 증시의 상대적 선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