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2거래일 연속 폭락하면서 환율이 대세 하락(원화 가치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의 흐름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생각보다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국제금융시장 안정과 무역수지 흑자 기조 유지라는 전제 조건에서 환율 하락세를 점치고 있다.

현재의 환율 하락세를 조정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환율이 빠른 속도로 오른 만큼 비슷한 속도의 하락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중순 이후 불과 보름 만에 환율이 1300원대 후반에서 1600원 근처까지 치솟았듯이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기술적으로 분석해 보면 1420원까지는 조정을 받을 수 있는 흐름"이라며 "지금까지의 시세만으로는 대세 하락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율이 내려가다가도 어느 가격대에서 달러 수요가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곤 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환율은 지난 4일 1551원에서 5일 1568원으로,11일 1471원에서 12일 1496원50전으로 뛰어오르는 등 급등과 급락이 교차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세 하락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외환딜러를 비롯한 시장 참가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있다고 전한다. 환율이 지난 2주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달러 매수 심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미국 주식시장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 환경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역외에서 달러를 많이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 악재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정착되면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