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 매매가 현물시장 좌우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물시장의 거래 위축으로 나타난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프로그램 매매를 통한 증시 수급의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하락 소식에 전날보다 11.12포인트 내린 1,060.61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프로그램 매매가 순매수를 나타내면서 오전 중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지수는 상승폭을 확대해 오후 들어서는 1,190선까지 올라섰다.

프로그램 매수를 이끌어낸 것은 바로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로, 외국인이 1천500계약 이상의 선물 매수에 나서자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인 베이시스가 개선되면서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왔다.

이 같은 선물시장의 영향력은 지난주부터 이어진 현상으로, 전날에도 외국인 선물 매수가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전날 외국인이 장 중반 3천계약에 달하는 선물 매도를 단행하자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와 지수를 끌어내렸으나, 장 막판 외국인이 선물 매수로 돌변하면서 지수가 16.70포인트나 오른 것.
전문가들은 현물시장의 거래 위축 탓에 이러한 왝더독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까지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4조~5조원 수준에 달했으나, 이달에는 주식형 펀드의 자금이 여의치 않은 기관에 이어 외국인까지 소극적인 매매로 일관한 탓에 거래대금이 3조원대로 급감했다.

교보증권의 황빈아 애널리스트는 "현물시장의 거래대금이 워낙 적다 보니 프로그램 순매수나 순매도 물량이 조금만 많이 쏟아져 나오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왝더독 현상은 증시 수급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이 3만계약 이상의 부담스런 선물 순매도 물량을 쌓아놓고 있어 주가지수와 개별주식 선물ㆍ옵션의 동시 만기일인 12일까지는 선물 매도보다는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의 이승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선물 매수를 지속한다면 프로그램 매매가 순매수를 나타내 이번주 증시 수급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