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오는 12일 지수와 개별 주식에 대한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쿼드러플 위칭데이)이다. 올해 첫 '네 마녀의 날'에는 매물 충격보다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다소 낙관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물(주식) 매도로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이 6조5000억원대로 급감한 반면 외국인의 누적 선물 순매도 규모도 2조5000억원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 포지션 청산 여부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의 방향이 결정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만기일과 같은 날의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과 최근 급등세에 제동이 걸린 원 · 달러 환율의 움직임,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신청 여부 등 대내외 변수들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네 마녀,심술 대신 선물될까

지난해 12월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 이후 외국인의 선물 누적 순매도 물량은 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3만6339계약에 달해 금액으로는 2조5043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만기 전이나 만기일에 이 물량을 모두 청산(환매)할 경우 선물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선 · 현물 베이시스가 벌어져 현물 주식시장에선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하게 된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관들이 인덱스펀드의 스위칭 매매를 통해 선물을 매수하고 주식을 매도해 놓은 물량도 1조6000억~1조7000억원에 달하고 있어 베이시스 개선 시 프로그램 매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이 아직은 지수 하락쪽에 베팅하고 있어 청산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 외국인은 선물 시장에서 4774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팔자' 공세를 멈췄지만,기존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보다는 신규로 선물 매도에 나섰다 마감 직전에 이를 되사들이는 단기적인 투기성 매매에 치중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선물 매도에 나선 시점은 지수 1200선 근처"라며 "아직 7~8%의 수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굳이 청산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지수 하락에 대비해 팔아 놓은 선물을 되사지 않고 만기를 연장(롤오버)할 경우 3월물과 6월물 간의 가격차(스프레드)가 좁혀지면서 인덱스펀드 물량도 롤오버될 가능성이 커 수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이번 만기일 직후 NHN의 코스피200지수 편입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해 기관들이 현물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연구원도 "외국인과 기관이 만기일에 일제히 6월물 매도에 나서면 최근 선 · 현물 가격차를 노리고 유입됐던 3000억~4000억원가량의 선물 매수세가 청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변동성 큰 박스권 흐름 지속

이번 주에도 대내외 주요 변수들이 변동성을 키우는 가운데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행히 뉴욕 증시가 지난 주말 막판 반등에 성공했지만 최악의 고용지표가 발표되고 은행권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지속되는 등 불안감을 떨치기 힘든 실정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주가 흐름 등을 통해 선진국 금융시장의 부실 확산 우려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GE캐피털에 대한 우려로 급락을 거듭했던 GE 주가는 지난 주말 6% 반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국내 금통위도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화되고 있어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0.25%포인트 내리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금통위에서 이미 속도 조절을 시사한 상태인 데다 최근 물가와 원 · 달러 환율 상승 속도가 빨라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될 경우 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곧 외환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1600원 선 근처에서 단기 고점을 확인한 후 하향 안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수 1000선에 대한 지지력 역시 유효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업종이나 낙폭이 큰 우량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