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켜가지 못한 채 상투를 잡았다고 실토했습니다. 버핏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배드민턴 경기장에 뛰어든 새들처럼, 모든 투자자가 피투성이가 되어 혼란스러웠고, 나도 주요 투자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작년에 고공행진하던 유가에 현혹돼 원유회사 코노코필립스 주식에 대거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고백했습니다. 또 이번 경제위기 상황에서 IMF행 열차에 맨 처음 올라 탄 아일랜드의 은행 2곳에 2억4400만달러를 투자했다가 쪽박을 찼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벅셔 해서웨이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정크펀드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버핏이 말한 '배드민턴 경기장의 새'가 무슨 뜻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는 지금부터 40년 전인 1969년 연례서한에서도 "올해 우리의 워크아웃은 지독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우연히 배드민턴 경기장 한가운데로 날아든 새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워런 버핏 평전) 그는 '운명적인 실패'를 '배드민턴 장의 새'로 묘사한 것 같습니다. 한번쯤 머리 나쁜 사람을 빗댄 '새대가리' 유머 시리즈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새대가리'가 된 버핏을 여러분은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그도 바보가 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음의 조사 결과 때문입니다. 얼마 전 전남 신안군 홍도의 철새연구센터는 홍도지역에서 죽은 철새의 사망 원인(2007년)을 조사한 결과 유리창 등 인공 구조물 충돌 등에 의한 것이 1위(34.8%)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센터 관계자는 "유리창에 비친 풍경을 실제로 착각해 날아들다 죽는 철새와 멧새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습니다. 문명 발달을 '새대가리'가 쫓아가지 못한 탓일 겁니다. 버핏도 지구촌이 뒤바뀌고 있는 거대한 물결을 읽지 못한 때문에 운명적 실패를 맛보고 있을 겁니다. 어설피 움직이면 새대가리 소리 듣기 십상인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