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미국 증시 폭락에도 끄떡없이 탄탄한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 미 다우지수는 12년 만에 6600선 아래로 주저앉았지만 코스피지수는 1000선을 굳게 지키고 있다.

미국 대표 기업들이 잇달아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는 데 비해 국내 기업들은 기껏해야 실적 악화를 걱정하는 수준이란 점이 한국 증시의 상대적 선방 이유로 꼽힌다.

중국의 내수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과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코스피지수가 선방한 배경이다.

또 미국의 연기금은 금융위기로 심각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연기금은 증시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이 충분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코스피지수 1055선 지켜

6일 코스피지수는 미 증시 폭락 소식에 1036선까지 밀리며 출발했다. 하지만 개인이 대규모 선물 매수세를 보이면서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인 베이시스를 개선시켜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수세(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현물 주식을 사는 것)가 몰려 낙폭을 줄였다.

여기에 외국인이 장중 순매수를 나타내는 등 매도 공세를 누그러뜨리자 지수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코스피지수는 3.15포인트(0.30%) 내린 1055.03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0일 1100선이 깨진 뒤 글로벌 금융위기와 원 · 달러 환율 불안에도 1000선을 방어하고 있다.

이처럼 미 증시 폭락에도 코스피지수가 선방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양국 대표 기업이 처한 현실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꼽는다.

미국의 대표적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은 이미 국유화됐고,미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제너럴모터스(GM)는 파산의 기로에 몰렸다. 제너럴일렉트릭(GE)도 소비자금융사업의 부실 때문에 파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죽느냐 사느냐를 걱정하는 미국 기업들의 파산 공포가 미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데 비해 국내 대표 기업들은 실적 악화를 막는 데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대표 수출기업들은 원 · 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자국 통화가치 강세로 고전하는 일본과 대만 기업들을 제치고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 주식 매수 여력도 유리

중국이 공격적인 내수 부양에 나서고 있는 점도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 호재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21.9%로 대미 수출 비중(10.9%)의 2배를 넘었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 · EM분석팀장은 "중국 정부의 내수부양책이 우리에겐 기댈 언덕이 되고 있다"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로 기계 등의 수출이 급증할 전망인 데다 내수 부양으로 자동차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 각종 소비재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가격도 미국과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가격지표인 케이스-실러 주택지수는 지난해 말 150.66으로 2006년 7월 말의 고점(206.52)보다 27.1% 급락했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에 비해 국내 부동산 가격은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 등의 효과로 미국에 비해 낙폭이 작다"고 말했다.

연기금이 증시 수급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의 대표적 연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가 지난해 27.1%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지만 국내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0.01%의 수익률로 까먹지 않았다"며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장 방어를 위한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국내 증시의 여건은 이처럼 다르지만 미국과 동유럽발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이란 점을 감안하면 미 증시와의 디커플링(주가 차별화)이 지속될 것으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세중 팀장은 "외국인 매도 공세는 최근 잠잠해졌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거세지면 이들의 '셀(sell)코리아'가 디커플링 상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