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으로 상장을 포기 · 보류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아 6개월 내에 상장할 예정이던 업체 중에서도 기업공개(IPO) 일정조차 잡지 못한 곳이 많아 연내 상장이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기업공개 시장은 최악이던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던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코스닥시장의 일본기업 상장1호로 기대를 모았던 티스퓨처가 최근 상장을 포기했다. 앞서 동양생명도 상장계획을 철회, 증자 후에 다시 추진키로 했다. 이들은 앞으로 기업공개를 하려면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부터 다시 받아야 하지만 증시 상황이 워낙 불투명해 이같이 결정했다. 오는 24일 상장기한을 앞두고 있는 용진철강도 공모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티스퓨처는 지난해 9월2일 상장 승인을 받았지만 유효기한(6개월)인 지난 2일까지 연장신청서를 내지 않아 승인이 무효 처리됐다. 이 회사의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 관계자는 "티스퓨처는 공모가가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친 데다 시장 여건이 개선될 조짐이 없어 연기신청서를 내지 않았다"며 "시장이 개선되면 상장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과 함께 지난해 8월28일 상장 승인을 받았던 동원엔터프라이즈도 기한인 지난달 28일까지 연기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아 일단 상장이 불발됐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 승인을 받은 기업은 승인 후 6개월 내에 상장해야 한다. 다만 불가피한 사유로 상장을 못 할 경우 상장 신청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신청서를 거래소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6개월을 추가로 연기할 수 있다

이들 기업 외에 이미 상장 승인을 받았으나 6개월 동안 상장을 못해 연기신청서를 낸 기업만 유가증권시장 7개,코스닥시장 15개사 등 모두 22개사나 된다. 이들 중 올해 상반기에 반드시 상장을 해야 하는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의 진로 SK C&C 롯데건설 ,코스닥시장의 흥국 신텍 뷰웍스 해덕선기 에스앤에스텍 엔에스브이 서울마린 등 10개사다.

유가증권시장의 진로 롯데건설 SK C&C 등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상장 작업에만 1~2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높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뷰웍스 에스앤에스텍이 4월 중 공모 일정을 정했고 신텍이 5월 중 공모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흥국과 해덕선기는 아직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이들 기업이 이처럼 상장을 주저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공모가격이 기대 이하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상장을 신청했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코스피지수가 1500~1900선에서 움직였지만 지금은 지수가 이보다 30~40%나 빠진 상태다.

올 7월까지 상장해야 하는 모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상장을 추진했지만 기관수요 예측 결과 공모가가 당초 기대 수준의 절반밖에 나오지 않아 상장 연기 를 신청 했다"며 "올해도 공모가가 기대대로 나오지 않으면 상장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늘면서 올해 공모주 시장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을 비롯한 세계 신시장의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전년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공모 금액은 80% 이상 급감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신규 상장사는 38개사로 전년도 67개사에 비해 43.3% 줄었고 공모 금액도 1155억원으로 전년도 9343억원에 비해 87.6%나 쪼그라들었다.

미국 나스닥,일본 자스닥 등 주요 해외 신시장은 코스닥보다 더 심각하다. 나스닥은 2007년 신규 상장사가 143개나 됐지만 지난해에는 불과 29개로 한국의 코스닥시장보다 적었다. 공모 금액 역시 189억달러에서 29억달러로 84.2% 급감했다. 자스닥도 상장 기업 수는 18개,공모 금액은 89억엔에 그쳤다. 전년에 비해 공모 기업 수는 64.7%,공모 금액은 88.9% 줄었다.

올 1분기는 지난해보다 더 부진하다. 국내 증시의 경우 지난해 1분기에 신규 상장 기업 수는 10개였지만 올해는 최대한 잡아도 7곳에 그칠 전망이다.

김태완/조재희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