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까다로운 가입 절차로 인해 투자자들의 불만을 샀던 '투자권유준칙'은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고,증권사들은 위험등급을 낮춘 펀드나 원금부분보장형 ELS(주식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 등을 선보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글로벌 증시 하락이 겹치면서 신규 펀드나 계좌 개설은 저조한 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달 4일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위험등급을 낮춘 신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펀드 중에서는 혼합형을 주로 출시하고 인덱스펀드도 파생상품 투자를 제한해 내놓는 등 투자위험도를 '초고위험'에서 '중위험'으로 낮추는 추세다.

또한 주식형펀드 대신 금 · 원유 등 실물이나 탄소배출권과 같은 무형의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도 연이어 선보이며 ELS나 DLS는 조금씩 판매가 살아나고 있다. 원금부분보장형으로 위험등급을 '중위험'까지 낮춘 덕분에 투자 권유가 용이하고 투자자들도 원금 손실 위험이 작은 데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대형 5개 증권사들이 지난달 내놓은 ELS는 총 49개로 1월의 50개와 비슷했지만 공모금액은 1223억원으로 2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날도 동양종금증권은 ELS 3종과 DLS 1종의 공모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에 출시한 DLS는 코스피200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해 원금을 보장하는 형태로 짰다.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 이르지만 엄격해진 '투자권유준칙'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도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PB도곡점의 이규미 부장은 "업무 프로세스가 자리잡으면서 신규 계좌개설 시간이 법 시행 초기보다 많이 단축됐다"며 "고객들이 여전히 번거로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자본시장법 취지가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저항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나 관련 업계도 판매사마다 제각각이던 펀드 위험등급을 자산운용사 기준으로 통일하고,펀드 명칭도 알기 쉽게 변경하기로 하는 등 잇단 후속조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속에서 금융 위기가 다시 불거진 데다 까다로운 가입 절차로 인해 신규 펀드 가입계좌 수는 줄어들었다. 5대 증권사의 신규 펀드 가입계좌 수는 지난달 3만1923개로 1월(3만7066개)보다 14%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가입이 쉬운 신규 주식계좌 수가 4만8335개에서 5만521개로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어 추가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등급을 자산운용사의 자의적 기준으로 정할 수 있는 데다 무위험 차익거래를 하는 인덱스펀드가 '초고위험'으로 분류되는 등의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추종지수 구성종목을 95% 이상 담아야 한다는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 묶여 금 ETF(상장지수펀드) 출시도 늦춰지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펀드를 계속 팔기 위해 자본시장법에 맞게 재등록하는 데 있어 통일된 규정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