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시작되자마자 원 · 달러 환율이 급등,국내 금융시장에 돌고 있는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러나 선진국 금융회사의 자금 회수와 함께 동유럽 금융위기,글로벌 경기침체 등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국내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외환시장 '사면초가'

외환시장은 악재만 가득하다. 미국의 금융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동유럽 국가들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아일랜드의 국가 부도 우려가 제기되는 등 위기가 서유럽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동유럽 국가의 위기가 서유럽으로 번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며 "유럽연합(EU) 회원국이자 유로화를 사용하는 아일랜드의 금융위기는 유럽 경제와 유로화 가치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는 점에서 동유럽의 위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적으로는 달러 수요 측면에서 배당 시즌이 임박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올해 외국인 배당 수요는 약 25억달러로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외환시장의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조금만 달러 수요가 등장해도 환율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78억달러였던 서울 외환시장의 거래 규모가 최근에는 50억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다.

달러 공급 측면에서는 조선업체의 신규 수주가 부진하고 기존 수주에 대한 계약 취소나 인도 연장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상승 흐름 속 단기조정 가능성



지난달까지만 해도 환율이 이내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것과는 180도 달라졌다. 금방이라도 달러당 1600원을 넘을 태세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글로벌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힘들다"며 "이 같은 상황이 3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지금까지는 환율이 어느 정도 오르면 '이제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생기곤 했는데 요즘은 고점에 대한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는 분위기"라며 추가 상승을 점쳤다. 고환율을 활용해야 한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도 시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1년 내내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다 해도 달러 부족 현상이 해소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선물회사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의 한국 철수 소식으로 역외세력이 달러화를 대거 매수하고 있다는 설이 있다"며 "아직 악재들이 많아서 환율이 안정되기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이 급등세를 지속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 중 달러를 사들였던 세력이 차익 실현을 위해 달러를 내놓을 수도 있고 투기 심리로 매수세에 가담한 경우 외환당국이 적절한 시점에 개입한다면 일시에 달러 매도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