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연일 매도 공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꾸준히 매수하는 종목들이 있어 주목된다.

외국인투자자들은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14거래일 연속 '팔자' 우위를 이어갔다. 외국인들이 열흘 넘게 순매도 행진을 이어간 것은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급락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10일 이후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주식 규모는 1조966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SK텔레콤(1265억원)과 NHN(873억원) 미래에셋증권(322억원) 신세계(268억원) 등 업종 대표주들은 꾸준히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을 994억원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들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업종 대표주들은 기술력에서 뛰어나고 원 · 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 등으로 불황 속 경쟁 심화 국면에서 오히려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들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월 이후 외국인들이 대형주 위주로 매매하는 움직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은 불확실성이 큰 은행주를 매도하는 반면 삼성화재코리안리 등 보험주들에 대해서는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또 코스닥 종목인 엘앤에프(93억원)와 셀트리온(65억원)이 순매수 상위 30위 안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등 국면과 하락 국면에서 외국인들의 매매 대상이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12월 이후 반등 국면에서는 반도체와 철강 조선 기계 등 경기 민감주를 순매수하는 반면 하락 구간에서는 이들 업종 대부분을 매도하고 통신과 음식료 제약 바이오 등 경기 방어주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하락 국면에서는 실적 안정성을 갖춘 내수주로 수익률을 방어하는 한편 그간 순매수한 종목의 차익 실현에 나섰다 반등시 재매수하는 업종별 순환매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지수가 조정을 보일 경우 내수주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