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를 비롯한 해외 주요 펀드 운용책임자들이 잇달아 방한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전통적인 자금줄이던 미국 유럽 등의 신규 자금 유입이 끊기자 국민연금 사학연금 삼성생명 등 국내 주요 기관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한국을 찾은 주요 글로벌 펀드만 네 곳에 이르며 두 곳은 방한을 준비 중이다.

헤지펀드 전체 운용 규모가 530억달러로 세계 최대인 유럽계 맨인베스트먼트의 토마스 델라 카사 리서치 · 전략본부장은 지난 17일 방한,이틀 동안 국내 기관들의 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돌아갔다. 그는 출국 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시장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헤지펀드인 파커글로벌스트래티지스의 버지니아 파커 대표도 리사 존슨 부대표와 16일 방한,나흘간 주요 기관을 방문했다. 파커 대표는 19일 기자와 만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여러 기관투자가들과 미팅을 가졌다"고 말했다.

헬스케어펀드 분야에서 세계 2위 운용사인 캐나다의 글로벌자산운용사 SAM의 제롬 펀드 대표는 19~20일 국내 기관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앞서 자산 규모가 375억달러인 헤지펀드 운용사인 영국 애시모어인베스트매니지먼트의 리서치부문 대표인 제롬 부스는 아시아 마케팅 디렉터인 배리 필드와 함께 지난 10일께 방한,투자 유치 활동을 벌였다.

앞으로 방문하겠다는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의 대표적인 중동계 운용사인 '슈아 캐피털'과 미국계 중견 운용사인 '히멜사인 만달 펀드'가 이달과 다음 달 주요 기관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일정을 타진 중이다.

글로벌 펀드들의 잇단 방한은 미국은 물론 영국 등 유럽지역도 금융위기의 여파로 돈줄이 마르자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한국에서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해외 펀드들은 국내 주요 기관들이 투자 의사가 없다고 밝히는데도 "일단 만나달라"며 투자자금 유치에 적극적인 자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형 해외 펀드의 방한스케줄을 주선하고 있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결산이 3월이어서 지금이 한창 바쁜 시기인 데다 국민연금 등도 원 · 달러 환율 급등과 증시 위축으로 투자할 뜻이 없다고 미리 연락을 줘도 해외 펀드들은 일단 찾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투자자금을 못 받더라도 일단 관계를 터놓기 위해서인 듯하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