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속에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 상장사들이 동반 폭등세를 타고 있다. 법원의 회생절차 인가가 주가 급등의 신호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한계기업이 법원의 관리 하에 청산을 모면하고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급등세는 '머니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주식시장에서 쌍용차 신성건설 대우전자부품 우리담배판매 디에스피 IDH 등 법정관리 기업들이 무더기 상한가로 마감했다. 대우부품과 디에스피는 나란히 이날까지 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두 회사는 각각 지난해 11월,12월 법정관리가 승인된 이후 168.18%와 50% 폭등세다.

우리담배판매는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승인함에 따라 이날 거래가 재개되면서 매도호가 없는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성건설도 지난해 12월 법정관리에 들어선 이후 54.49% 급등했다. 쌍용차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로디우스'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중국의 한 업체에 설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틀 연속 상한가에 올랐다.

대한은박지는 이날 하한가로 고꾸라졌지만 작년 10월 법정관리가 결정된 이후 140.82% 급등한 상태다. 전날까지 상한가 14번을 포함해 15일 연속 폭등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C&중공업도 상한가 14번을 포함해 16일 연속 폭등하다 이날 하한가로 꺾였다.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주가가 급등하기도 한다. 현재 거래정지 중인 포이보스는 지난 16일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법정관리로 들어선 이후 주가가 떨어진 기업은 희훈디앤지가 유일하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엔 볼 수 없던 일이다. 예전엔 법정관리 개시는 상장폐지 사유였지만 현재는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기업들의 이 같은 초강세 현상은 회생 기대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남정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법정관리에 들어서기 전에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가운데 상장폐지를 면하면서 회생 기대감에 수급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기업의 채권채무가 동결되는 만큼 이익률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도 최근의 주가 초강세 현상을 설명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남 연구원은 "회생 기대감이 있지만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치솟아 머니게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며 "단순 수급으로 오르는 주가라는 점에서 폭락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정관리 기업이 상장폐지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정관리 개시는 거래소가 이달부터 도입한 상장폐지 질적심사 대상이 된다. 거래소는 법정관리 기업의 계속기업 적합성을 법정관리 개시 후 두번째로 나오는 사업보고서부터 정밀 심사해 퇴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아울러 법정관리 기업들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오는 4월부터 매매방식도 바뀌어 투자매력이 크게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관리종목에 한해 연속경쟁 매매 방식을 30분 단위로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 방식이 바뀌면 하루 13번만 거래된다"며 "극심한 주가 변동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한계기업들의 '묻지마' 급등 현상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