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육박하면서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환헤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외환선물을 통해 환율변동 위험을 회피하는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외펀드 투자에서 환헤지를 하는 것보다 장기 투자로 환위험을 줄인다는 생각으로 환노출형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같은 펀드라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이 10%포인트 이상 벌어지고 있다. 신흥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푸르덴셜자산운용의 '동남아시아주식'의 경우 환노출형은 연초 이후 수익률(17일 기준)이 8.49%지만 환헤지형은 -3.91%로, 환노출형이 12.39%포인트나 높다. 연초 1320원대였던 원 · 달러 환율이 이날 1468원으로 10% 이상 급등하는 등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처럼 수익률 차가 확대된 것이다.

'푸르덴셜글로벌천연자원주식'이나 '삼성그레이트차이나주식' '슈로더이머징마켓커머더티주식' 등도 환노출형 수익률이 10%포인트 이상 높은 편이다. 반면 '푸르덴셜유로주식'은 유로화 가치도 함께 떨어지면서 환헤지형과 노출형의 차가 2%포인트 정도로 작은 편이다.

이 같은 수익률을 보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맘은 편치 않다. 환노출형 설정액은 수억원이나 수십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기존 투자자 대부분이 환헤지형에 가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연구소장은 "2006년 해외투자 붐이 불기 시작할 때 원화 강세에 대한 전망이 우세해 90% 이상의 펀드나 투자자들이 환헤지형에 가입했다"며 "해외투자 초기의 시행착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환노출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 소장은 "환 위험은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로 상쇄시킨다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해외펀드는 원 · 달러 환율뿐 아니라 해당국 화폐의 전망도 중요해 이를 예측,투자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위험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게 환위험을 줄이는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올 연말이나 내년에는 원 · 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 시점에서 단기 투자자라면 환헤지형 가입을 권하기도 한다. 현재 1500원 선에 육박한 환율이 연말 1200원대로 떨어질 경우 자칫 주식에서 벌어 놓은 걸 환율에서 다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우 소장은 "이는 2~3년 장기투자 관점에서 보면 결코 바람직한 투자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