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답답하던 박스권 지수가 지금은 오히려 안전한 울타리처럼 느껴진다.

1200선 안착에 실패하더니 코스피지수는 18일 결국 장중 1100선을 내 주고 말았다. 그러나 박스권 하단에서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한때 1120을 회복하는 등 하방경직성에 대한 시장 신뢰는 여전히 높은 모습이다.

미 자동차 빅3 구제 여부, 일본계 자금 중심으로 외채 상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3월 위기설', 동유럽 국가의 부도 우려 등 해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마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지수의 추가 조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 따른 수급 악화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지선은 1060~1080선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아직은 1100선에서 잘 버티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 대비 강세를 지속했던 만큼 선진국 증시의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코스피 조정폭도 더 클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0월의 패닉이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상으로 변한 것이 없고 경기침체도 매우 심각한 수준인 만큼 올해 내내 코스피 1000선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진단했다.

각종 변수들로 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수가 박스권 하단을 뚫고 내려설 경우 보수적 전략에 나설지, 매수로 대응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임동민 동부증권 연구원은 "단기 변동성에 민감하면 득보다 실이 많은 어려운 시장상황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주가수준)을 종합하면 수급공백으로 인한 현재의 주가급락은 오히려 진입기회"라고 진단했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서유럽 선진 일부 국가와 동유럽 국가군의 디폴트 리스크 확대가 이머징 증시에 대한 위험자산 회피성향을 자극할 수 있어 단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이를 확대 해석하기보다는 지난 12월 이후 이어온 박스권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트레이딩 관점의 시각은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해외 악재 영향력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의 출렁거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지선을 확인하고 보수적 대응이 유효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박스권 저점에 위치한 선진증시의 향배에 따라 변동성이 추가 확대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일단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투자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환율불안은 외국인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중국 모멘텀도 약화된 만큼 저가매수 유혹은 잠시 접어두고 시장을 관망하는 게 낫다"고 제시했다.

악재는 이미 시장에 드러난 재료인 만큼 악재에 대한 대응 전략에 앞으로의 수익률이 달려 있다. 리스크를 안고 저가매수에 나설 것인지, 지수를 확인한 뒤 무릎에서 잡을 것인지 선택의 시점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