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력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주요 매수 주체였던 미국과 영국 및 헤지펀드들은 매도우위에 나선 반면 홍콩이나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권이 매수 주도세력으로 부상했다. 금융위기의 충격을 덜 받은 일부 유럽국가도 '사자' 우위를 보였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77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별로는 홍콩의 외국인이 3075억원어치를 사는 대신 2032억원어치를 팔아 1043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화교계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싱가포르도 81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중동권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도 각각 528억원,46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이 '사자' 우위였다. 상대적으로 상업은행이 발달돼 금융위기 영향을 덜 받은 국가들이다. 프랑스는 15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독일과 네덜란드도 각각 983억원,81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영국은 4919억원어치를 팔며 국적별 순매도 1위에 올랐다. 미국도 주식형 뮤추얼펀드 자금이 빠져나가며 245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헤지펀드의 주요 근거지인 케이맨아일랜드, 버진아일랜드도 각각 2830억원,8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국적별 외국인 투자자 신규 등록은 미국 일본 캐나다 순으로 많았다. 미국이 59명이었으며 일본은 22명,캐나다는 7명이었다. 작년 말 12명이 신규 등록한 영국은 1명만 추가 등록하는 데 그쳤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조세회피지역이 아닌 여타 유럽 국가에서 자금이 들어온 것은 한국 증시의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선진국지수 편입을 겨냥한 중장기 성격의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