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가 12일부터 잇따라 열리면서 경영권 다툼이 있는 기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주간 표대결을 통해 일부 상장사의 경영진이 바뀔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코스닥 상장사는 경영권 변경이 유력시된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경영권 다툼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씨모텍은 오는 26일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지난해 씨모텍 지분을 대거 사들이며 적대적 M&A(인수ㆍ합병)를 선언한 김재우 동인스포츠 회장과 이에 맞서는 현 대표이사 이재만 사장, 그 사이를 오가며 몇 차례 입장을 바꾼 김영환 전 부사장 등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재만 사장측은 회사 정관 및 사규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김 전 부사장을 이번 주총에서 해임한다는 계획이다. 대신, 송남용 CFO(최고재무책임자), 이재구 한백텍스 대표, 이선용 아시안스타 대표 등을 지낸 3명의 이사와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역임한 법무법인 한승의 김홍우 변호사 등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김재우 회장측은 김 회장 본인과 양지원 한국과학기술원 기획처장을 각각 이사와 사외이사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작년 말 '씨모텍재건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독자적으로 M&A를 시도중인 김영환 전 부사장측은 손익준 기산텔레콤 영업이사 등 모두 4명의 이사후보와 넥서스정보통신 대표 등을 지낸 신현섭씨 등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전망은 쉽지 않으나 아무래도 기존 경영진인 이재만 사장이 주총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보유자를 포함해 지분이 17.15%로 가장 많고, 우호지분 또한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영권은 공격보다 방어가 더 수월하다.

반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김재우 회장과 김영환 전 부사장은 지분이 각각 15.34%와 10.83%로 상대적으로 적다. 남은 기간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최대한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주총을 앞두고 두 적대적 세력이 손을 맞잡고 경영진을 압박한다면 승산은 커지나, 한 차례 갈라선 경험이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소디프신소재도 씨모텍과 같은날인 26일 회사가 있는 경북 영주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 동양제철화학이 법원에 신청해 열리는 주총이다.

지난해 소디프신소재의 창업주 이영균 총괄사장은 동양제철화학이 회사 기술을 빼돌리고 있다면서 동양제철화학이 추천한 인사를 경영진에서 해임했다. 이에 동양제철화학은 강하게 반발, 보유중이던 소디프신소재 전환사채(CB)까지 주식으로 전환하고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이영균 사장을 압박했다.

동양제철화학은 백우석 대표 등 3명을 소디프신소재의 이사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동양제철화학 보유지분(36.77%)이 이영균 사장 지분(14.51%)을 크게 앞서고 있어 추천 이사가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오는 27일에는 경영진과 2곳의 적대적 M&A 세력, 여기에 소액주주들까지 가세해 경영권을 주장하고 있는 IC코퍼레이션의 임시주주총회가 경기도 성남에서 예정돼 있다. 회사측이 결정한 감자안을 비롯해 각각이 추천한 6명의 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 2명의 감사 후보에 대한 선임이 주총 안건으로 올라있다.

주요 주주간 지분이 분산돼 있어 주총 당일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현재 적대적 M&A 세력인 CU그룹과 세종IB기술투자가 각각 17.20%와 15.0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감자를 반대하는 손재호씨를 비롯한 소액주주모임은 5%를 보유중이나 감자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많아 우호지분을 상당수 끌어모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현 경영진인 브라운홀딩스 지분은 작년 9월말 현재 8.86%이지만 실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개인투자자들이 경영참여를 선언한 그랜드포트 미디어코프 굿이엠지와 소액주주들의 경영진 불신임으로 분쟁이 심화된 페이퍼코리아 에이디피 에버리소스 등은 대부분 다음달 주주총회가 예정되어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