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안정계획 실망.반등따른 가격부담
"급격한 매도보다 박스권전략 추구할 것"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행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동안 국내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외국인들이 이틀 연속 순매도에 나서면서 외국인들의 '셀코리아' 공포가 다시 엄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식을 줄곧 팔았던 외국인들은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증시에서 꾸준한 순매수세를 나타내며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의 반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9일까지는 9거래일 연속 총 1조6천63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3년 만에 최장기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그러나 10일 2천129억원의 순매도로 전환한 이후 11일에도 정규장 기준으로 7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이틀째 '팔자'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 배경에 대해 미국의 금융구제안에 대한 실망과 단기 반등한 코스피지수 1,200선에 대한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최대 2조달러 규모의 금융안정계획을 발표했지만, 자금조달 등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뉴욕증시가 전날 폭락하는 등 금융안정계획에 대한 실망이 외국인의 매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면 외국인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금융안정계획 발표 후 달러화와 금값 등이 강세를 보이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200선까지 오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 1,200선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을 떨치려면 미국의 금융안정계획이 시장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고, 이를 통해 글로벌증시가 함께 힘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불안감에 따른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11일 최근까지 매수세를 집중했던 철강금속, 전기전자 등에서 순매도세를 나타내 이 같은 차익실현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 강화가 근본적인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나섰다기보다는 지난해까지 급격히 축소됐던 한국에 대한 비중을 일정 수준까지 다시 채우는 과정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순매도 전환이 작년과 같은 대규모 '셀 코리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대로, 지속적인 순매수 강화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증시의 등락 등 글로벌 이벤트에 따라 외국인들은 주가가 좀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파는 박스권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이나라 연구원은 "외국인의 최근 순매수가 그동안 큰 폭으로 감소했던 한국 시장의 비중 회복이라는 측면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이 이전처럼 대규모 매도공세로 전환하기보다는 매수 규모 축소와 함께 관망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연속 순매수도, 급격한 매도도 힘들 것"이라며 "외국인들은 앞으로 국내 증시에서 글로벌 상황과 연동해 사고, 팔고를 반복하는 혼조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