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가 급락으로 기업들이 증시에서 유상증자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사주 매입과 현금 배당 등 상장 유지 비용은 1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돼 증시의 자금조달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해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액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유출한 금액의 15%를 밑돌았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유상증자 1조4683억원,기업공개 3204억원 등 1조7887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12조원)보다 85%나 급감한 것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다.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액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려 잇따라 증자에 나서 13조원을 기록했다가 이후 줄어 2005년에는 2조3285억원에 머물렀다. 반면 기업들은 작년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4조6177억원을 썼다. 또 현금 배당도 예전보다 적지만 8조~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지난해 전체 자금조달액의 7배를 훨씬 넘는 13조원 이상의 자금을 상장 유지를 위해 증시에 투입했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자금 순유출 금액은 배당금을 8조5000억원으로 잡을 경우 11조원이 넘어 2006년(15조5094억원)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