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9일 국내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장 중 무디스의 국내 은행 신용등급 하향 조정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지만, 일본증시도 동반 하락했다는 점에서는 내부적인 요인으로 주가하락의 이유를 찾는 것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져 보인다.

오히려 이보다는 9~10일(현지시간) 중으로 예정되고 있는 미국 경기부양책의 상원통과 여부와 정부주도의 배드뱅크(정부가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직접 인수하고자 만드는 금융기관) 설립 백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주가하락의 근본적인 이유로 판단된다.

배드뱅크와 관련, 시장은 애초부터 정부 주도의 부실자산통합은행을 기대하고 있었다. 은행의 자본재구성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1990년대 초반 스웨덴이 이러한 모델을 통해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례가 있었다.

이와 달리 미국의 경우, 자산 국유화에 대한 반감이 커서 보다 완충된 형태의 부실자산통합은행이 제시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시장은 부실자산통합은행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실망스런 반응이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반응이다. 과거 금융위기의 역사를 통해 판단해 본다면 부실자산 처리 문제는 금융위기 탈출을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부실자산 처리 과정이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시나리오보다 수정된 형태로 진행되더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주가 측면에서는 부실자산 처리정책의 '실행'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