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이 영업통(通) 사장을 내정하며 매각 실패로 어수선한 조직을 정비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새 사장 선임으로 유진 그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유진투자증권 매각설에 분명한 선을 긋는 동시에 뒤늦게나마 자본시장통합법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9일 하이자산운용(옛 CJ자산운용) 대표 등을 역임한 나효승씨(56)를 새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나 내정자는 1953년 서울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증권에서 법인 및 소매 영업, 금융상품영업, 투자은행(IB) 업무 등으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영업통(通)'이다.

2004년에는 옛 CJ투자증권 대표로 선임됐고, 2006년 CJ자산운용 대표를 맡았다. 작년 9월 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과 운용ㆍ선물 등을 인수하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리더십이 강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내정자는 이날 한경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갑자기 통보를 받아 경황이 없다"면서 "일단 10일부터 출근해 최소 앞으로 한 달 간은 업무파악을 해야 앞으로의 계획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나 사장 내정자는 오는 5월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선임된 후 대표이사에 오를 예정이다.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이 대표직을 계속 유지할 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이사회 의장직을 맡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나 사장 내정자가 강력한 조직개편과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각 실패 후유증으로 조직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리더십이 강한 나씨를 사장으로 선임한 만큼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매각설을 잠재우기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룹 의지와는 관계없이 증권사 매각이 마치 기정 사실처럼 굳어지는 상황에서 새 사장 내정은 매각설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