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200선 안착을 시도하며 박스권 탈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투신권은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다. 8일 연속 주식을 쓸어담으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외국인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증시 분석가들은 올 들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둔화돼 '실탄'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투신이 매수주체로 나서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조선 자동차 등 수출 관련주로 투신 자금이 일부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거래소 따르면 투신은 이달 들어 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4460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투신은 지난 1월에도 1조6100억원 순매도하는 등 좀처럼 '팔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신권이 위축된 이유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점이 우선 꼽힌다. 최근 지수가 1200선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환매 요청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부터 자금이 순유입됐던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달에 220억원 순유출로 돌아섰다. 2월 들어서도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700억원가량 순유출되는 등 자금이 빠지고 있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은 "펀드 내 현금 비중이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주가 상승으로 환매가 늘자 투신은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주간 지수가 꾸준하게 올라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도 투신을 주춤거리게 하고 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투신을 포함한 기관은 지수가 1100 아래로 떨어지면 주식을 사고 1200에 근접하면 매도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며 "1200대로 올라서면 추가매수가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신의 매수 여력이 약한 만큼 당분간 매수주체는 외국인과 일부 연기금 정도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제조업체 중심으로 투신권이 매수 움직임을 보이는 점은 주목된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투신의 매물은 금융주와 건설주 등에 몰려 있고 조선 자동차 등 운수장비 업종에서는 올 들어 6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며 "최근 전기전자 업종에서도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일부 제조업종에서 외국인과 쌍끌이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