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 첫날인 4일.

은행과 증권사들 창구는 한가하다. 펀드가입을 위해 찾는 투자자들의 발걸음은 물론, 전화문의도 비교적 뜸한 상태다.

은행은 창구 내에 펀드판매자격을 갖춘 직원들이 자리한 곳에는 '펀드판매창구'라는 표시를 해놓았다. 자통법에 따라 달라진 펀드가입의 절차나 규정을 간략하게 담은 안내문도 지점에 비치해 놓았다.

오전 11시. 은행이 문을 연 지 1시간도 넘은 시간이지만 펀드를 가입하기 위한 투자자들이 문의하는 모습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가입을 위해 설문을 작성하거나 적극적으로 문의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은경 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 차장은 "자통법에 맞춘 시스템은 이미 이틀전부터 완료한 상태"라며 "투자자들이 지난해 큰 손실을 입어 펀드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수일 우리은행 홍보팀 과장 역시 "펀드판매책이 보완됐다고 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펀드상품에 익숙하지 않은 은행원들이 10분만에 끝날 일을 30분 이상 업무를 하고 있지만 불완전판매나 고객과의 분쟁은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 그렇지만 철저한 준비로 고객들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전략은 변함이 없다.

하나대투증권 이수역 지점은 자통법 시행 첫 날을 맞아 설문서 견본 작성해 창구에 전진배치하는 등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창구 혼잡대비해 직원들의 외부 판촉은 자제토록 했으며, 창구 후선에 있었던 책임자들도 창구쪽으로 나서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고객별 투자성향진단설문'을 실시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도 차분함 속에 영업을 진행중이다. 여의도 본사영업부는 입구부터 자통법과 '고객별 투자성향진단설문'을 홍보하는 간판들이 세워져 있다.

강길환 미래에셋증권 본사영업부 상무는 "고객별 투자성향진단설문과 상품의 위험성과 상세 정보를 고지하는데 평소보다 절차가 복잡해지긴 했지만, 고객들은 바람직한 절차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환 대우증권 영등포지점은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의무화된 '투자정보확인'과정에 대해 도입 이유나 절차 등을 문의하는 고객이 많은 편"이라며 "유선 또는 지점을 내방해 투자정보확인서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투자성향을 체크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우리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등 주요증권사들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자통법과 관련된 교육이나 점검을 실시하는 모습이다.

우리투자증권 PB도곡점은 이날 기존 컴플라이언스 관련에 대한 직원 공지사항과 계좌개설시 바뀌는 부분과 펀드가입관련 변경사항 등을 점검차원에서 교육을 실시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표준투자권유준칙'을 토대로 자체의 '투자권유지침'을 새롭게 정비하는 한편, 전 지점에 표준투자권유준칙 홍보 포스터를 부착해 놓았다. 또한 새로운 상품이 출시 될 때마다 온·오프 강의를 통한 교육을 수시로 진행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미팅 플레이스(Meeting Place)’라는 컨퍼런스콜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한편 까다로운 절차와 투자성향진단 결과에 고객들이 창구를 떠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한화증권 대치지점 이현규 차장은 "보통 주식투자하시는 분들은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낮은 점수들이 대부분"이라며 "일부 고객들은 위험을 전가받는거 아니냐며 계좌개설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투자증권 신사WMC지점 관계자도 "리스크 공지에 대해 더 강화해서 고객들에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고객들이 상품에 대해 미리 겁을 먹는 경우는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