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현대증권 사장(59)은 정통세무관료 출신으로 증권사 수장을 맡은 보기 드믄 인물이다. 1973년 행정고시 14회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장과 세제실장, 중부지방국세청장을 거쳐 2005년 차관급인 조달청장까지 고위 세무직 공무원으로 잔뼈가 굵었다.

35년 공무원 이력에서 묻어나듯 그는 업무에 있어서 꼼꼼하고 치밀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 그가 현대증권의 명성 회복을 주창하며 최고경영자로서 신발끈을 동여 맺다.

최 사장은 "규모나 인력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소매영업망을 바탕으로 사업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이를 통해 현대증권이 '빅3' 종합투자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을 장기 경영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월 4일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에 맞춰 계열 자산운용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며 "자산관리 시장에서 '바이 코리아' 펀드를 통해 업계 최초로 30조원의 수탁고를 달성했던 현대증권의 옛 명성을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가 내놓은 차별화 전략이 바로 '초이스앤케어'(Choice & Care)다. 전자제품 뿐 만 아니라 금융상품에도 애프터서비스(AS)가 필요하다는 것.

최 사장은 "수많은 펀드 중에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펀드를 골라주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펼 방침"이라며 "다른 증권사를 통해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까지 포함해서 사후관리를 철저히 시스템화해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 최 사장은 "펀드에 식상한 고객들의 까다로운 기호에 맞는 새 상품을 얼마나 개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주식형 증권, 채권증권 등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자통법 시행과 관련해서 그는 신중한 접근 태도를 보였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사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이란 장밋빛 청사진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행 첫해인 만큼 무리하지 않고 위험을 관리하는 쪽으로 현대증권을 이끌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최근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분야를 잘 아는 증권사들이 오히려 인수합병(M&A)이나 사모투자펀드(PEF)에 손을 댔다가 손실을 많이 봤다"며 "그런 관점에서 투자은행(IB)도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계적으로 관련 업무를 확대해 나가야지 업무 전분야를 일시에 시작하는 것은 위험관리 측면에서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시장이 어떻게 급변할 지 모르는데 앞서 나가기만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쉽게 할 수 있는 분야부터 시작해 점점 확대해 나가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헤지펀드 설립 문제도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금융위기 상황인 만큼 헤지펀드를 설립하더라도 그만큼 수익력이 따라주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 문제를 풀어낼 해법을 찾는 것도 최 사장의 당면 과제다.

그는 "사장 취임 초기 현대증권 임직원들의 고임금에 적잖이 놀랐고, 금융위기로 회사 상황이 어려운데도 매월 수백억원의 월급을 지급해야 할 때는 속이 시커멓게 탔다"며 "연차는 높지만 조직에 별다른 도움이 안되는 직원들까지 연봉 1억원 이상을 받아가는 현실이 답답하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현대증권의 힘은 현재의 우수한 직원들에게서 나오는 만큼 당장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부 지역지점에는 인력을 최소한으로 배치하고 수도권 지점 등은 영업력을 보강하는 등 인력관리를 중점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현대그룹내에서 현대증권의 비중이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현정은 회장이 지난 해 10월 현대증권의 비상근 등기이사(사내이사)로 선임되고 이사회 의장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현대증권을 앞으로 업계 최상위의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육성한다는 그룹 차원의 목표가 설정돼 있다"면서 "현 회장 역시 책임경영을 통해 그룹의 금융부문을 강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여성 특화점포를 신설하는가 하면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에 수시로 들러 회사 상황을 보고 받고 굵직한 현안에 대해서는 직접 챙기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최 사장은 전했다.

올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를 주문했다. 올 상반기 글로벌 경기 및 국내 경기침체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최 사장은 "위기해소와 경기부양을 위한 글로벌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지속되고 있어 증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것은 불가피하고 글로벌 전반의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20년 넘게 보유해오다 지난해 5월 사장에 취임하면서 처분하고 적립식 펀드만 가입하고 있다는 그는 "시장변동성이 큰데 차입이나 신용으로 직접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 사장은 올해 가장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으로 SK텔레콤과 KT&G, GS건설, 유한양행, CJ CGV를 꼽았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