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해외 투자상품으로 꼽혔던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펀드가 갈수록 빛이 바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고성장이 유력한 국가들이라며 브릭스란 신조어를 만들어 제시한 이후 이들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는 많은 자금을 모으며 각광받았지만 해당 국가의 증시침체로 수익률이 크게 떨어져 지금은 지리멸렬한 상태다. 브릭스펀드는 지난해 10월 대규모자금이 환매된 이후 거의 문의까지 끊긴 상태다. 실제 은행과 증권사의 일선 점포에서는 브릭스펀드를 권하지 않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펀드 전문가들은 브릭스 국가 가운데 중국 정도만 그나마 선전이 예상될 뿐 인도와 러시아의 경우는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수익률 기대치를 크게 낮추고 일부 투자자금은 부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브릭스펀드의 굴욕


23일 펀드 · 증권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브릭스펀드의 1년 수익률은 -47.37%로 같은 기간 전체 해외펀드의 평균수익률(-45.77%)보다 낮다.

이에 따라 신규 자금이 유입되기는커녕 기존 투자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순유출로 전환돼 이달까지 매달 평균 12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6월 말 13조3365억원이었던 브릭스펀드 설정 잔액은 21일 12조3846억원으로 1조원가량 쪼그라들었다.

글로벌증시의 호조로 2007년 11월 한 달에만 2조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이 같은 브릭스펀드의 굴욕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경기 침체가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주변국과 갈등을 빚으며 정치 상황까지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5월 사상 최고치(2498)를 기록했던 러시아 증시는 1년도 안 돼 5분의1 수준인 500선으로 주저앉았다. 인도 증시도 경기 불황 여파와 4위 IT(정보기술) 그룹인 사티암의 회계부정 사건이 동시에 터지며 2006년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중국 비중 확대 고려해야

펀드시장 전문가들은 브릭스펀드를 더 이상 한묶음으로 생각하지 말고 중국과 브라질 비중을 늘리거나 아예 해지하고 갈아타는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그동안 수출로 벌어놓은 자금을 바탕으로 내수 진작에 나설 경우 다른 국가들보다 선전할 수 있고,브라질 경제도 경기 침체 현상에 따른 타격을 받겠지만 시장 평균보다 높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달 들어 중국투자 펀드에 271억원의 자금이 들어와 7개월 만에 순유입세로 돌아선 것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속도가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은 신흥국가 중 상대적으로 성장 기대감이 크고 재정 지출과 주식매입 등 중국 정부의 경기 활성화 의지도 강하다"며 "올해 이머징상품 가운데 중국펀드의 수익률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ING자산운용이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투자심리지수에서 중국은 지난해 3분기 88에서 4분기엔 103으로 올라갔지만,인도는 156에서 76으로 반토막났다. 인도의 투자심리지수 하락폭은 13개 조사 국가 중에서 가장 크다. ING투자심리지수는 0~200 사이로 표시되며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의미다.

메릴린치가 이달 신흥국가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중국과 브라질의 투자 비중은 벤치마크보다 더 많이 늘리겠다고 응답한 반면 러시아와 인도는 줄이겠다고 답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도 올해 투자지역별 전망에서 "인도는 올해 6.3%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지만 이미 PER(주가수익비율)가 10배에 달하고 재정적자폭이 확대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PER가 3.9배에 불과하지만 올해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이 브릭스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15.7%)를 기록할 전망인데다 유가 하락세도 악영향을 미쳐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재후/박해영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