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지난해 말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지만 일부 종목들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가 52주(1년)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종목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달에만 100% 이상 급등한 종목도 나타나고 있다. 어닝시즌을 맞아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을 맴돌고 있지만 일부 중소형들은 개별적으로 약진하는 종목장세가 연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경제위기 상황을 뜻하는 '블랙스완'을 빗대 '백조의 발 장세'라는 표현도 나온다. 수면 위(코스피)는 조용하지만 물 밑에서는 헤엄치는 백조의 발처럼 개별 종목들이 바쁘게 돌아가며 힘을 내는 장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가 상승률이 높은 종목들 중 일부를 제외하면 기업 내용보다는 단순히 낙폭과대 또는 일시적인 테마에 의존한 결과인 측면이 많아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즘 증시는 '백조의 발' 장세 … 52주 신고가도 있다
◆1년 신고가 종목 등장

주도주가 없는 종목 장세가 연출되면서 52주 신고가 종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요즘 증시는 '백조의 발' 장세 … 52주 신고가도 있다

풍력발전 관련 단조품을 생산하는 코스닥 기업 용현BM이 대표적이다. 풍력주테마에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22일 장중 3만1300원을 기록하며 연중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작년 10월 저점에 비하면 348%나 올랐다.

이 회사는 전날 공시를 통해 작년 매출은 1618억원으로 19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14억원으로 240% 급증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은 2600억원, 영업이익은 3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조인갑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작년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으로 회사가 제시한 올해 실적 전망도 좋아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 속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70~100%에 이르는 공격적 전망을 내놓은 것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용현BM은 지난 수년간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내놨는데 올해 전망을 보면 굉장히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이는 기존 공장에 비해 10배 정도 규모가 큰 신공장 가동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게임대장주인 엔씨소프트도 5년간의 정체에서 벗어나 성장성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 속에 이날 장중 6만1000원을 기록, 52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작년 11월 말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아이온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넘어서면서 2004년 이후 정체돼 있던 성장성이 올해 크게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이 같은 전망에 따라 엔씨소프트 목표주가를 6만원에서 6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KTIC글로벌은 최근 코리아RB증권중개를 인수하며 증권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며 이날 장중 2435원을 기록,신고가 대열에 합류했다. 또 4분기 사상 최대실적이 예상되는 삼강엠앤티도 이날 장중 1만4150원을 기록해 신고가 기록을 세웠고,자전거도로용 아스팔트를 생산하는 극동유화도 이날 1만18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 행진을 지속했다.

◆중소형주 수익률 게임도 뜨거워

개별 종목들의 수익률 경쟁도 치열하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연말 대비 이날까지 상승률이 30%를 넘는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31개,코스닥시장 110개에 이른다. 시장은 제자리 걸음인데 종목별로는 시세를 분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부 종목은 올 들어 이미 두 배나 뛰었다. 유가증권시장 내 문배철강과 NI스틸은 4대강 정비 수혜주로 꼽히며 각각 99.78%,95.99%의 급등세를 보였다. 강변 정비에 쓰이는 '강널말뚝(시트 파일)'의 매출이 급증한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오른 것이다.

진양화학 진양홀딩스 등 진양 형제들도 올 들어서만 50%가량 오르며 상승률 상위 10개사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헬스케어 관련주인 인성정보와 지배주주가 없이 무주공산 신세인 도움이 100% 이상 급등했다. 참좋은레져 두올산업 한일단조 마이스코 오리엔탈정공 쿠스코엘비이 웹젠 나노하이텍 코리아에스이 등은 70% 이상 올랐다. 그린에너지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헬스케어 관련 등 정부 정책 수혜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겉으로 드러난 시장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종목별로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시장이 급락한 후 조정을 보이는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용준/서정환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