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글로벌 금융위기 공포가 부각되면서 전세계 증시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20일 본격적인 '오바마' 시대가 열렸지만, 다우 지수는 급락해 2개월만에 8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새정부에 거는 기대감보다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증시에 더 큰 충격을 줬다.

여기에다 유럽 금융위기 가능성도 불거지며 증시 복병이 되고 있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1100선이 무너지며 출발했고, 일본, 중국, 홍콩도 나란히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작년에 영국 역사상 최악의 순손실(280억파운드)을 입었다고 밝힌데 로이즈은행의 자금 부족설, BNP파리바 증자 가능성이 연달아 터져나오며 유럽 증시가 줄줄이 하락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금융위기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증시가 당분간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유럽발 금융위기가 가능성에서 현실로 옮겨가고 있다"며 "영국 정부가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에서는 상황이 7400억달러를 퍼붓고도 추가 지원이 필요하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좀 더 확대해서 해석하면 작년 11월부터 부실자산인수프로그램(TARP)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도 안전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는 말이다.

메리츠증권도 "확산되고 있는 미국과 유로지역의 금융부실 우려로 단기적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제지표의 급격한 악화되는 상황에서 금융권의 부실우려가 부각되면 은행들이 장기 대출을 꺼리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자금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당분간 기업 파산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이란 평가다.

암울한 현실로 인해 미국 정책 기대감이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우리투자증권은 신정부 개막의 상징적인 의미보다 실효성을 따져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신뉴딜 정책의 구체적인 금액 및 법안 통과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지켜봐야 할 변수"라며 "총 8250억달러 구모의 부양책을 하원 및 상원의 승인을 거쳐 미국 대통령의 날인 2월16일에 상징적으로 발표한다는 일정이 나오고 있지만, 과연 한 달 안에 모든 일이 처리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대신증권도 오바마 취임 후 기대보다 현실이 반영될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반등은 시중에 떠도는 돈이 증시에 유입될 때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 증권사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현재 상황에서 지수반등을 가능하려면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돼야 하는데,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자산 부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일 건설과 조선사의 신용위험도 평가가 발표됐지만 2~3차 구조조정 대상 선정이 더 있을 것이라는 불안 심리 때문에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