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ㆍ수익성 저하로 투자매력 감소

채권은행들의 건설ㆍ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상에 못 미치는 `용두사미(龍頭蛇尾)' 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여 증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기업들의 수익성도 낮아진다는 측면에서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건설과 조선업종에서 92개 건설사와 19개 조선사를 A~D 등 4등급으로 나눠 살릴 곳과 퇴출시킬 곳을 가리는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A등급(정상기업)을 제외한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받지만 C등급은 곧바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며, D등급은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증시 안팎에선 그동안 건설사 20~30곳, 조선사는 10여 곳이 워크아웃 또는 퇴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건설사 1~2곳만 퇴출 대상에 오르고, 워크아웃 대상은 12~14개의 건설ㆍ조선사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시공능력 순위 100위권 건설사 중 13곳이 워크아웃, 3곳이 퇴출 대상으로 평가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조조정이 예상과 달리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은 건설과 조선, 은행 등 관련 업종은 물론 증시 전체에도 부정적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 중론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옥석을 가려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시중에 돈이 돌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구조조정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면 우량기업에도 자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흑자 도산할 위험성이 커진다는 경고도 나온다.

또 미진한 구조조정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같은 투자지표도 떨어트려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을 감소시킨다는 지적이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올렸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ROE가 적정 수준 이상이면 그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기업가치가 성장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부실기업들이 증시에 퇴출되지 않고 남아있게 되면 국내 증시의 전체 ROE는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19일 "구조조정이 애초 예상과는 달리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으로 끝날 경우 최근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 소식 등 악재를 만난 은행주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국내증시가 회복단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반영하는 ROE 회복을 위한 경영전략이 필요한데, 수요 부진이 어느 정도 예견된 만큼 기업 구조조정과 전략적인 신규투자를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