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4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 등 주요 정보기술(IT)주들을 올들어 100만주 이상씩 집중 매수하고 있어 관심이다. 이미 드러난 악재인 실적 악화보다는 회사 분할과 신사업 성장 등 개별 호재와 상반기 내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1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삼성테크윈은 지난 주말 9.05% 오른 3만3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래에셋 창구로 나온 13만여주를 포함해 기관들이 24만4000여주를 사들인 덕분이다. 나흘 연속 기관이 사들인 물량만 43만여주에 달한다.

지난 주말 7.0% 급등한 삼성SDI도 5일 연속 49만여주의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는 6만4200원으로 뛰어올랐다. 기관은 올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곤 연일 삼성SDI를 순매수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기관들이 사흘 동안 40만주 이상 순매수했다. 지난 주말 5.78% 올라 6950원으로 마감한 하이닉스는 기관이 이틀 연속 197만여주를 사들였다.

LG전자도 미래에셋창구로 나온 13만여주와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창구의 매수세가 보태지면서 4.21% 오른 7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들 종목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사실상 최악의 국면이다. 경기에 민감한 디지털카메라 부분을 삼성디지털이미징(가칭)으로 분할하기 위해 오는 29일 매매가 중단되는 삼성테크윈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42%나 감소한 것으로 증권사들은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최근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에선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48% 급감하고 올 1분기에도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악화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데다 오히려 개별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테크윈의 경우 분할 후 보안카메라나 파워시스템 등 국방부나 해외에서 수주받는 방산 업체로서의 경기방어주적 성격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기는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따른 발광다이오드(LED)부문의 수혜 기대감이, 삼성SDI는 휴대폰ㆍ노트북을 넘어 하이브리드카로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2차전지에 대한 기대감이 각각 작용하고 있다.

LG전자는 휴대폰 및 가전제품의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태양광에너지 전문회사(REC그룹)에 핵심부품인 웨이퍼를 장기 공급키로 하는 등 신사업 성장동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호재로 꼽힌다.

강윤흠 대우증권 연구원은 "실물경기가 안 좋아지는 상황이긴 하지만 연초 들어 IT업체들의 재고 소진과 신규 주문 동향이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세치센터장은 "IT실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도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뜨는 경우가 있는데 어차피 주가는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만큼 향후 중기적으로 기업 실적에 반전이 올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관이 현재 살 만한 대형 IT종목이 별로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역시 선호하는 주식은 늘 있게 마련"이라며 "추가 하락 리스크가 다소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물량 공세에 나서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