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300 기대'서 '작년 저점' 우려

증권가의 '냄비 근성' 때문일까, 아니면 증시 방향에 대한 올바른 해법 찾기의 과정일까.

1,300선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코스피지수에 대해 작년 최악의 수준인 10월 저점까지 밀릴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최근 고개를 들면서 증권가의 '널뛰기' 전망의 실체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업계는 지난 15일 코스피지수가 급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낙관론에 비중을 뒀다.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악화 우려 등으로 증시가 추세적 반전을 하기는 어렵지만, 금리 인하와 녹색성장을 비롯한 각종 정책대응 등에 힘입어 대체로 완만한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왔던 것.
국내 증시에 대해 '베어마켓을 즐겨라', '연초 랠리', '1월 효과', '유동성 장세 기대' 등과 같은 전문가들의 언급은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시장 전망에 맞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변동성이 극에 달했던 작년 10월21일 1,200선을 내준 이후 두 달여 만인 이달 7일 1,200선을 돌파하기도 했고,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의 상승세가 1,300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증시가 14일(현지시간)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금융기관들의 실적악화에 따른 금융불안 우려가 부각되면서 급락한 것을 계기로 코스피지수가 15일 연초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1,110선까지 내려앉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급격한 변동성을 겪었던 작년 10월의 악몽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면서 '실망 장세', '글로벌 금융쇼크 재현 우려', '2차 금융위기 논란' 등 우려 섞인 용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16일 금융과 실물 부문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진통이 올해 내내 불가피한 만큼 돌발 악재로 언제든지 작년 10월 저점(종가기준 코스피 938.75)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는 가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 1,000선 재붕괴 가능성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정부의 대응 등으로 작년 10월 저점 수준은 지켜낼 것이라는 관점은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국내 은행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와 피치사의 현대차, 기아차 신용등급 하향, LG전자, POSCO 등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가 하향 등도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낙관론이 퇴조하고 있음에도 상당수 증권사는 여전히 극단적 비관론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다.

추가 조정 가능성은 열어놓으면서도 코스피지수의 1,000선 재붕괴 가능성은 작게 보는 것이다.

코스피지수에 대한 전망이 1,300선에 대한 기대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작년 저점까지 우려하는 상황까지 치닫자 의도적인 낙관은 물론, 지나친 비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17일 "최근 상황은 한편에는 금융위기가 잠복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유동성 기대감과 정책모멘텀이 자리 잡은 일종의 시소게임과 같은 것"이라며 "코스피지수는 급변동보다는 위에서는 누르고, 밑에서는 떠받혀주는 다중바닥 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최근의 비관론에 대해 "미국이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처럼 씨티그룹 등 상업은행이 잘못되도록 내버려두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국발 2차 금융위기 등 극단적 가정은 지나치며,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10월 저점까지 내려가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사람의 마음은 갈대라지만 불과 1∼2주 전에 코스피지수 1,300∼1,400을 얘기하던 시장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제는 작년 10월 저점 안팎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쓸리고 있다.

당분간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작년 10월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