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8일 큰 폭으로 올라 외환당국이 연말 결산을 위해 본격적인 관리를 하기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날 오름폭은 40원50전이었으며 종가는 1333원으로 지난달 23일(1338원) 이후 보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주가가 하락 반전한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가 2.7% 하락하자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이 11원 올라 1316원50전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8일 서울 외환시장이 개장되자마자 원 · 달러 환율이 20원 올라 1310원대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서울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고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이자 환율이 더 상승했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공급하는 달러 물량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특히 장 막판에는 외국인 주식 매도분의 역송금 수요도 있어 1330원대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은행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반대매매(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하루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전날 은행권에서 달러를 선매도해 놓은 물량이 꽤 있었는데 주가 하락의 여파로 환율이 오르자 손절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달러와 원화를 교환하는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가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0.50원으로 떨어진 점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스와프포인트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으로 마이너스면 외화자금 사정이 나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원 · 달러 환율이 지난해 10~11월처럼 가파르게 치솟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 차장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한국이 중국과 더불어 올해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달러 공급이 많을 것"이라며 "당분간 1300원대 초 · 중반에서 움직이다가 1200원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