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임무를 맡고 있는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일부 종목에 대해 상반된 '투자의견'을 내놓고 있어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주가도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계증권사인 크레디스위스(CLSA)는 최근 호남석유의 분석보고서를 통해 "계열사의 지분법평가이익이 급감해 실적이 큰 폭 줄어들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내놨다. 목표주가도 기존 6만78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현재 호남석유가 33%의 지분을 보유중인 롯데건설과 100% 자회사인 롯데대산유화 등의 지분법평가이익이 70% 가량 줄어들면서 호남석유의 주당순이익(EPS)도 50% 감소할 것이라는 게 이 증권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증권사인 동양종금증권은 오히려 "앞으로 기업가치 회복 등 긍정적인 요인에 주목할 때"라며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기존의 9만원을 유지했다.

이 증권사 황규원 애널리스트는 "석유화학업종의 업황 악화 우려는 작년 11월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올 1월부터는 추가적인 주가하락 보다는 기업가치의 회복 요인에 주목하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애널리스트는 특히 호남석유가 100% 자회사인 롯데대산을 흡수합병한다는 점을 투자포인트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가 업황 하락기에도 불구하고 매년 2000억원 가량 잉여현금을 창출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기업은행의 투자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의 투자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5일 기업은행의 투자의견을 기존 '시장수익률'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높인 반면 삼성증권은 자산건전성의 악화가 우려된다며 기존 투자의견인 '보유'를 유지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이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관점에서 볼 때 과도하게 할인되어 거래되고 있다"며 "가장 큰 할인요소인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정부를 대상으로 36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힌 밝혔다. 발행가액은 1주당 7305원이다. 이로써 증자 이슈로 인한 잠재적 악재는 해소됐다고 서 연구원은 판단했다.

삼성증권은 그러나 "경기하강 국면에서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정부출자로 인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강화 가능성 등이 투자심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호남석유는 이날 전거래일 보다 7.68% 오른 6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장중 한 때 5만5800원까지 급락하는 등 불안한 주가흐름을 나타냈다.

기업은행은 전거래일대비 9.82% 급등한 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업은행 주가는 지난달 18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하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올랐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