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방어주로 주목받았던 음식료주는 올해도 비교적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투입하는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서 원가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2007~2008년에 단행한 제품값 인상 효과도 올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경닷컴은 대우증권 등 10개 증권사의 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올해 전망을 듣고, 업종 최선호주 3종목을 추천받아 정리했다.

◆지난해 선방한 음식료주…올해도 믿음직스러워

음식료주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증시 급락 속에서도 높은 실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주가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40.7% 하락했으나 음식료 업종지수는 30.2% 떨어지는데 그친 것.

음식료주는 경기 침체에도 먹거리 수요가 비교적 덜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실적이 안정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제 곡물 가격 하락과 원·달러 환율 하락 안정화 효과로 올해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밀, 대두, 옥수수, 원당 등 식품업체에서 쓰이는 주요 곡물의 가격은 지난해 고점 대비 각각 20~50% 가량 하락한 상태다.

1000선 밑으로 떨어진 건화물운임지수(BDI) 등 해상운임 급락도 음식료 업체들에는 원가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500원선을 넘나들었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하락 안정화될 경우 업체들의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음식료 업체들은 대부분 수입 원재료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진정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을 1200원으로 추산했고, 삼성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은 1040원,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각각 1100원, 1170원의 추정치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원가 인상을 이유로 음식료 업체들이 2007~2008년에 걸쳐 실시한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기창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1차 가공업체의 경우 2분기부터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또 올해 하반기부터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값을 내릴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라면과 제과 업체 등 2차 가공업체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KT&G…"담배와 인삼은 꾸준할 것"

KT&G는 10개 중 7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추천 종목 3선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담배 소비가 비교적 경기 영향을 덜 받고, KT&G의 올해 수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록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담배는 경기보다 웰빙 등 사회적 트렌드에 영향을 많이 받고, 불황에 오히려 담배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도 있다"며 "2003년 카드채 위기 때는 경제 성장률이 3.1%에 머물렀지만 담배 출하량은 26.2%나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KT&G의 수출 부문 실적은 지난해 3분기에 시장 재정비를 위한 재계약 자제로 주춤했지만 4분기 들어 회복세를 보였고,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KT&G의 수출이 2010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훈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KT&G가 수출 부문의 평균 판매 단가(ASP) 인상 여지가 큰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산 잎담배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으로 바꾸며 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KT&G는 국산 잎담배 사용 비중을 2005년 74%, 2006년 54%에서 2007년 45%까지 줄였다.

또 지분법이익으로 KT&G의 실적에 반영되고 있는 자회사 한국인삼공사의 실적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인삼공사 매출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20%를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백 애널리스트는 "한국인삼공사의 가치(지난해 11월 기준)는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며, 2010년에는 3조5000억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CJ제일제당…원·달러 환율만 내리면!

CJ제일제당의 경우 올해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근거로 5개 증권사에서 추천받았다.

지난해 CJ제일제당 주가는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연동되는 경향을 보였다. CJ제일제당은 수입 및 외화부채 규모가 각각 8억달러, 5억달러에 달해 원·달러 환율 상승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 안정될 경우 가격을 인상한 소재식품 부문에서 이익규모가 크게 늘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지난 11월 실시한 설탕 제품값 15% 인상 실시 등에 비춰 소재식품 부문에서의 가격결정력도 입증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곡물 장류, 다시다 등 주요 가공식품 부문 역시 지난해 평균 10% 이상의 가격 인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가 국제회계기준(IFRS)의 일부를 조기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CJ제일제당이 자산재평가 수혜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유형자산 중 토지의 공시지가를 공정가치로 가정해 재평가 효과를 분석하면 CJ제일제당이 음식료업종 중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며 "지난 9월 말 기준 CJ제일제당 토지 장부가는 4791억원이지만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8423억원으로, 세금 등 제반 비용을 무시할 경우 재평가로 인한 자산 증가액은 3632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오리온…중국법인·웰빙 과자가 효자

오리온도 4개 증권사에서 추천을 받았다. 중국 시장에서 초코파이로 다진 제품 충성도를 바탕으로 껌, 스낵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해외법인의 성공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의 지난해 3분기 북경법인 매출은 6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5% 성장했고, 상해법인 매출은 54.4% 증가한 88억원을 기록하는 등 고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민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오리온의 누적 국내 매출이 4326억원이고, 중국 해외법인의 매출은 2000억원"이라며 "2012년까지 해외제과 부문의 연평균 성장률이 30.1%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 부문의 경우 웰빙 과자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리온은 지난해 2월 출시한 '닥터유' 제품 시리즈의 지난해 매출이 400억원 이상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8%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정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닥터유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5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에 달해 초코파이, 포카칩과 함께 오리온의 빅3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또 간판제품 '초코파이'와 '포카칩'을 비롯한 제품값 인상 효과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오리온의 주가 발목을 잡았던 자회사 스포츠토토 및 미디어 관련 계열사에 대한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이 된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스포츠토토와 미디어 계열사에 대한 우려는 이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반영이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사 참여 증권사 : 대우, 현대, 한국, 굿모닝신한, 대신, 동양, 한화, 키움, 유진, 솔로몬)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