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구조조정 Vs. 오바마효과

국내 증시가 2일 소띠 해의 희망한 염원을 안고 출발했지만, 발걸음이 그다지 가볍지 않다.

외국인의 순매수세 강화와 미국 오바마 정부의 출범 등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이 글로벌 경기침체 등 악재에 가려 빛을 못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초에 증시가 오르는 '1월 효과'도 구체화할 가능성이 희박한 편이다.

◇ 새해 곳곳에 악재 산적

지난해 국내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를 억눌렀던 악재들이 새해에도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세계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또다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지난해 4분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6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업 실적의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상승은 오래가기 어려운 만큼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속해온 국내증시의 베어마켓 랠리(하락장 속에서의 일시적 반등)도 이달 중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1분기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계속 하향조정되고 있으며, 올해 전체로도 실적 개선에 대해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기로 한 조선, 건설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은 "1월 구조조정이 전방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주식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면할 불확실성은 주식시장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연말 이후 유입됐던 배당 투자와 관련한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도 당장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배당투자 등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매수차익잔고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인 5조9천707억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지난해 11∼12월 반등을 이끈 수급 측면의 견인차는 프로그램 매매였지만 1월 프로그램 수급은 시장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희망 신호도 있다

증시 전반을 각종 악재가 둘러싸고 있지만 다소 희망적인 신호와 기대도 존재한다.

당장 연초 주가가 오르는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희망 신호로 꼽힌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정책효과에 따른 반등이 '1월 효과'에 힘입어 추가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낳게 한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1월 효과'는 검증되지 않은 만큼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코스피지수의 1월 상승률은 0.79%에 지나지 않았고, 상승한 횟수도 5번에 그쳤다.

오는 20일 미국 오바마 정부의 출범에 따른 '오바마 효과'도 추가 반등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바마의 당선과 함께 '오바마 효과'가 글로벌 증시에 일부 반영됐지만, 오바마 정부가 7천억 달러 안팎의 경기부양책을 공언하고 있어 글로벌 증시에 추가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이후 뚜렷해진 외국인의 순매수세 강화와 원·달러 하향 안정세, 그동안 금리 인하와 경기부양책 등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도 증시 전망을 밝게 해준다.

◇ 방어적 투자 필요

1월 효과와 오바마 효과, 외국인 순매세 강화, 유동성 강화 등이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세계 경기침체로 억눌린 증시를 감안하면 약발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1월 증시에서는 방어적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연초 장세와 관련해 여러 기대가 거론되지만 올해도 국내 증시는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며 "특히 1월은 아래쪽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도 "긍정적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이달 주가 반등이 마무리될 수 있다"며 통신, 음식료, 의약품 등 경기방어적 업종 위주의 보수적 시장 접근을 권했다.

반면,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1월 국내 증시는 미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 기대감과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 시중 유동성 등의 우호적 환경으로 재차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 역시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될 동인이 부족하고 4분기 실적악화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