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08년 11월6일 인프라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21세기형 신뉴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고속도로, 교량 등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리고, 교육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초고속 통신망 구축 및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시설물 건립 등 구체적인 방안을 밝혔다.

이처럼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다양한 사업을 일으켜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실적으로 정부 외에 힘있는 투자주체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기도 하다. 이에 ‘新뉴딜’ 즉, 미국을 필두로 하는 글로벌 SOC 투자 수혜주는 투자자들이 2009년 증시에서 눈 여겨 봐야 할 핵심 요소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오바마의 ‘신뉴딜’ 정책 발표 후, 글로벌 증시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파격적인 금리인하와 무차별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기업 구조조정의 지연과 여전한 신용위험 때문에 유동성 장세 효과는 발휘되기 쉽지 않다”며 “연초 주식시장은 경기부양과 관련된 재정정책 변수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미국 의회가 경기 회복을 위해 올 1월 심의할 예정인 2차 경기부양책의 규모가 85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일부 완화시켜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인프라투자 관련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 속에서, 관건은 과연 어떤 업종의 어느 종목들이, 어느 시기에 의미 있는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냐가 될 것이다.

◆ 신뉴딜 수혜주, 무엇이 있나

대신증권에서는 미국 고용지표의 악화 속도를 감안하면 오바마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인프라 투자 관련 입법화가 강력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수혜를 입을 만한 종목들을 제시했다.

우선 기계업종인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의 토목공사 증가로 굴삭기 부문 판매 증가가 기대되고, 2007년에 인수한 미국 소형장비업체 밥캣의 실적 하락이 둔화되면서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서는 밥캣 증자 참여에 대한 리스크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해운업종의 대한해운과 한진해운도 수혜주로 들었다. 두 종목은 신뉴딜 정책으로 고속도로 건설 및 보수 등이 이뤄지면 시멘트 등 건화물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고, 금융권에 대한 추가 유동성 공급시 얼어붙었던 무역금융이 일부 해빙되면서 물동량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철강업종에서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에 주목했다. 도로 및 다리 건설에 쓰이는 철근, 형강류, 후판 등을 생산하는 이들 기업은 미국 수출비중이 높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정책으로 인한 철강 수요가 나타날 경우, 세계 철강수급에 균형이 이뤄지면서 철강 가격이 반등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선업종의 LS도 주시했다. LS는 북미 광케이블시장 1위인 수피리어 에식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미국 전력투자의 수혜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중소형주 가운데는 진성티이씨, 케이엠더블유, 포스데이타가 유망할 것으로 진단했다.

굴삭기 부품 업체인 진성티이씨는 롤러와 씰 부품 세계 시장 1위로, 미국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어 미국 SOC투자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엠더블유는 미국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통신망 구축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으며, 포스데이타는 해외 와이브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점에서 주목했다.

키움증권에서는 인프라 투자 수혜주로 두산인프라코어, 효성, 현대중공업, LS산전, 대한전선을 꼽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발전기 엔진과 CNG(천연압축가스)차량용 가스엔진을 통해 미국시장 진출을 시도중이며, 효성과 현대중공업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전력설비 교체시기와 맞물려 부각될 초고압변압기 사업을 하고 있어 유망하다는 설명이다. LS산전의 경우 효성과 현대중공업이 양분하고 있던 국내 초고압변압기 시장에 최근 진출해 관련 수혜주로 분류했다.

또한 인프라 건설사업에서는 초고압전선업체가 필수적인데 미국에는 초고압전선업체가 없어서 대한전선이 수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인프라투자 수혜주 분석에서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곽병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주들이 인프라 투자시 직접적인 수혜를 받긴 하지만, 신용위기 이후 건설사들의 리스크가 높아져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의 권양일 애널리스트도 “정책수혜주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지만, 대폭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높은 한계기업은 단기적으로 실질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며 “당분간 건설업종 같은 금리인하 수혜업종 내에서도 재무구조가 건실한 대형사 중심으로 투자대상을 좁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신뉴딜 수혜주, 언제 뜨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신뉴딜 수혜주를 골라놨다 해도 주가 상승시기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신증권의 곽 애널리스트는 “지난 1933년 루즈벨트 시대의 뉴딜정책 사례 분석결과, 뉴딜정책 입법화 단계에서 주가가 가장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루즈벨트 취임 후 약 100일 동안 이뤄진 뉴딜정책 입법화 단계에서 다우지수가 무려 87%나 급등했다는 것.

곽 애널리스트는 “이는 실제로 대규모 경기부양이 시행된 제1차 뉴딜 정책 시기(1933~1934년)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주가 상승이 나타났던 국면으로, 경제지표의 불황신호에도 불구하고 신정부 출범에 따른 대규모 경기부양 기대감이 어떻게 주가에서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오바마의 신뉴딜정책 역시 구체적으로 가시화돼야 정책랠리가 재차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