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부족으로 시장왜곡…거래소 개선방안 검토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잦은 경보음으로 여의도 증권가에서 '최고 인기차종'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붙여진 사이드카가 코스닥시장에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시 침체 등으로 코스닥 선물시장의 유동성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하루 1∼2건의 계약에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발동요건에 대한 개선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을 대표하는 스타지수를 대체할 새로운 지수개발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1∼2건 계약에도 사이드카…시장 왜곡 =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급변할 때 시장 안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정지시키는 것을 말한다.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에 비해 코스피시장에서는 5%, 코스닥시장에서는 6% 이상 변동하는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도 또는 매수 호가의 효력이 정지된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국내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20번, 코스닥시장에서 17번 등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사이드카가 많이 발동됐다.

코스닥시장의 사이드카 발동 건수는 2006년 7건, 2007년 4건에 그쳤지만 올해는 11월13일까지 17건을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발동된 17번의 사이드카 가운데 2건을 제외한 15건이 10건 미만의 선물계약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올해 1건 또는 2건의 계약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경우도 각각 4번씩이나 됐다.

10건도 되지 않는 선물계약이 코스닥 선물시장의 프로그램 매매 전체를 정지하게 하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빈발하고 있는 것.
현.선물 시장은 비슷한 동조 흐름을 보이는 게 정상인데, 사이드카에 의한 시장왜곡이 발생하면서 현·선물 간 괴리가 커지는 경우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14일 현물인 스타지수는 1.66% 하락에 그쳤지만 스타지수선물은 7건의 계약으로 8.18%나 급락했다.

이달 10일에도 스타지수는 2.07% 상승했지만 스타지수선물은 6.33%나 뛰는 괴리를 보였다.

◇문제는 유동성 부족 = 이같이 비정상적인 사이드카 발동이 잦은 것은 코스닥 선물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스닥 선물시장은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스타지수 선물을 활용한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증시가 침체한 데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코스피시장보다 더 상황이 어려워 스타지수선물 거래가 극도로 위축됐다.

스타지수선물의 하루 평균 계약건수는 2006년 347건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89계약으로 급격히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13일까지 61계약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유동성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1∼2건의 계약에도 프로그램 매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선물시장에 대해 "시장이 죽어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도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시인했다.

◇사이드카 요건강화 등 대책 검토 = 이에 따라 증권선물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사이드카 제도 개선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선물거래가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충족하지 못하면 선물가격이 급변해도 사이드카를 발동하지 않거나, 현물지수와 선물지수가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등락률을 보여야 발동하는 등 다양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이드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스타지수가 코스닥시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아예 스타지수를 대체할 새로운 지수를 개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 발동 요건에 대한 개선과 함께 스타지수를 대체할 새로운 지수 개발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