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를 추진 중인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식 공개매수를 서두르고 있다.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는 틈을 이용,소액주주들로부터 필요한 주식을 사들여 상장폐지를 마무리짓기 위해서다.

디지털 도어록 전문업체인 아이레보의 최대주주 아사아블로이코리아는 15일 발행주식의 44.8%인 500만여주를 주당 3700원에 시장에서 공개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물량은 이 회사가 보유한 지분과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 전체다.

스웨덴계인 아사아블로이코리아는 지난해 6월 영업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상장폐지키로 방침을 세워 주당 5000원에 공개매수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이 회사는 주가가 크게 떨어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 공개매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레보는 이날 255원(7.54%) 오른 3635원으로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7일엔 HK저축은행의 지분 48.7%를 특수목적회사(SPC)인 에슐론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지분 10%에 해당하는 249만여주를 75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HK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상장폐지 후 몸값을 올리는 방향으로 선회,공개매수를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HK저축은행 주가는 지난 8일까지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7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돼 이날 1.19% 내린 6620원으로 마감되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공개매수 가격은 7500원으로 높지만 매수청구 주식 수가 예상에 못 미칠 경우 무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똑같이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지만 이처럼 주가흐름이 다른 만큼 일반투자자들은 공개매수의 방법과 매수가격 등을 고려해 매매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정훈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아이레보의 주식을 이미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향후 대주주 측의 지분율이 올라갈 경우 유동성이 떨어져 매도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