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주라구요? 실적 전망을 못 믿겠는데 어떻게 투자를 합니까?"

증시 급락으로 증권사 투자설명회의 강사로 나선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들의 매서운 추궁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실적 전망을 바탕으로 애널리스트가 추천하는 저평가 유망종목을 열심히 받아적는 투자자들의 모습은 이젠 낯선 풍경이 됐다.

이틀에 한번 꼴로 투자설명회에서 강연하는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8일 "원·달러 환율과 금리가 요동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 들어 코스피지수와 실적 전망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실적 전망 산출의 기초자료인 환율 금리 등 거시경제변수가 급변하는 데 맞춰 증권사들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1286.69로 장을 마친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32.1% 빠진 데 비해 유가증권시장 231개 주요 종목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6.6% 하향 조정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개별종목보다는 환율과 금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종목이 주가 급락으로 사실상 '저평가' 된 상황에서 종목 분석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매주 두세 차례 투자설명회에서 만나는 투자자들 가운데 저평가주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 것인지,금리 인하는 언제 이뤄질 것인지를 묻는 투자자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투자설명회의 단골강사인 이 증권사 박문광 투자분석부장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종목찾기'가 아니라 '자산 지키기'로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