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의 주가조작과 횡령배임 의혹 사건에 더해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청부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도덕불감증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불거진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LG, 두산, 현대, 한국타이어, 한국도자기, 대상그룹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검찰은 지난 24일 임창욱 대상 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창업투자사 UTC가 허위공시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UTC는 2004년 동서산업을 인수하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을 공시한 뒤 주식을 매집하고, 이듬해에는 다시 자사주 소각 가능성을 공시해 700억원대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조작 가담 확인을 위해 최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정일선 BNG스틸 대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이다.

또 두산가 4세 박중원 전 성지건설 부사장은 뉴월코프 주식을 실제 인수한 사실이 없는데도 자기자본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로 지난 8월 구속됐다.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인 김영집씨는 엔디코프와 코디너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엔디코프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지분을 매입한 의혹에 연루돼 있다.

지난 6월에는 LG가 3세인 구본호씨가 레드캡투어(옛 미디어솔루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을 자기 자금으로 속이고 외국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재벌이 연루된 사건은 주식시장을 넘어 영화에서 나올법한 조직폭력 사건까지 넘나들고 있다. 지난 24일 알려진 이재현 CJ 회장의 개인 자금 관련 사건은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 회장의 개인 자금을 관리하던 그룹 간부가 사채업 등에 투자했다가 거액을 떼일 처지에 놓이자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채무자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200억원대로 알려진 문제의 자금이 차명계좌 등으로 관리돼 왔다는 점에서 경찰은 출처와 성격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에는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 이모씨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골프연습장 운영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헬스클럽 시설 확장을 위해 같은 건물 내 실내 골프연습장을 싸게 매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폭력배들에게 2000만원을 줘 업무를 방해토록 한 혐의다.

폭력배들은 손님들에게 문신을 보여주고 휴게실 문을 잠궈버리는 등 수법으로 영업을 방해, 두달동안 골프연습장 고객이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대구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이씨가 2000만원을 준 혐의에 대해서 계속 부인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끊이지 않는 재벌계의 잡음은 처벌이 비교적 가벼운 가운데 시장 감시 기능의 강화로 부의 세습이 예전보다 어려워진데다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김주연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선대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처벌은 온정적인 경우를 많이 보면서 준법정신이 결여됐을 수 있다"며 "삼성 사례에서 보듯 경영권 세습이 예전보다 어려워져 다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싶은 욕구와, 명성을 이용하려는 주위의 유혹 등이 결합돼 불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