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및 개별주식의 선물·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쿼드러플 위칭데이'(네 마녀의 날)를 맞은 11일 9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폭탄이 쏟아졌다. 특히 투신사들은 1조2591억원의 순매도를 보여 코스피지수도 큰 폭으로 밀려났다. 다만 연기금과 개인이 동반 매수에 나서고 외국인도 막판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투신·프로그램 순매도 사상 최대

코스피지수는 이날 21.74포인트(1.48%) 하락한 1443.24로 거래를 마치며 반등 하루 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프로그램 매물 부담에 장중 1439.38까지 내려앉았던 지수는 연기금의 '사자'가 유입되며 약보합을 회복했지만 장 마감 동시호가 때 2500억원 규모의 매물이 추가로 쏟아지면서 10포인트 가까이 추가 급락을 면치 못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9131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선물과 연계해 현물 주식을 사고파는 차익거래로 7972억원,비차익거래로 1159억원의 매물이 각각 터져나왔다. 이는 작년 11월21일(8850억원)의 사상 최대 순매도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장 막판에 '네 마녀'는 그야말로 극심한 심술을 부렸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막판 동시호가에서 연기금과 외국인이 3400억원과 3700억원가량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투신이 9000억원에 가까운 매물을 토해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고 전했다. 약세장에서 몸을 사리며 차익매수에 집중했던 투신들이 만기를 맞아 상당 부분 청산에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이날 투신사들의 전체 순매도 규모(1조2639억원)는 작년 12월13일의 1조2546억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해동 SH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아시아 시장이 동반 하락하고 있어 투신의 투자심리가 아직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인 데다 연기금이 어느 정도 받쳐줄 것으로 보고 주식을 파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막판 지수 낙폭이 커지기는 했지만 프로그램 매도 규모가 예상했던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만기 이벤트를 비교적 무난히 치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베이시스(선·현물 가격차)가 장중 백워데이션(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상태)으로 돌아서면서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돼 전반적으로 충격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미결제약정이 크게 늘어난 걸로 봐서 12월물로 롤오버(이월)된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가는 단기적 안정흐름 예상

굵직한 이벤트들이 대부분 지나감에 따라 국내 시장은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매수세가 지속되고 외국인도 막판 매수에 가세했다는 점은 지수 바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고 미국발 신용리스크도 완화되고 있어 글로벌 증시 대비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리먼브러더스의 실적 전망치가 더 낮아졌지만 이는 오히려 추가적으로 나올 리스크 요인이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경기 둔화 등 매크로 변수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이머징마켓의 주가 급락세가 심상치 않다"면서 "국내 증시는 금융위기설이 불거지며 매를 미리 맞은 셈이지만 이머징마켓 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 파트장은 만기일 이후 점검해야 할 변수로 다음 주 있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및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 여부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등을 꼽았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