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무너져 반등 쉽지 않을듯

국내 증시가 호재에 둔감하고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투자심리 붕괴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수출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내 증시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증시에 크게 연동해 왔으나 최근에는 미국 증시가 급등해도 `찔끔' 상승하는데 그치고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실제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 7월15일 10,827.71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급등락을 진행하면서도 우상향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25일(현지시각)에도 2.08% 급락했음에도 지수는 11,386.25로 여전히 전저점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7월16일 장중 1,488.75까지 떨어졌다가 종가로 1,507.40으로 마감한 후 며칠 반등하는 듯 했으나 미국 증시가 급등락하자 최근 1,500선을 밑돌며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의 경우 급등락 속에서도 신용위기, 경기둔화 등 악재들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한국 등 신흥국 증시들은 미국 등 해외증시에 대한 불안감으로 쉽게 반등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
미국 증시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다음날 다시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신흥국 증시에서는 반등을 이용해 손절매 물량이 쏟아져 상승세가 제한되고 있으며 미국 증시 급락 때는 불안감이 증폭되며 다시 수급이 꼬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주택시장 불안과 신용경색으로 인한 경기둔화가 내년 말이나 돼야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증시가 경기상황에 1~2분기 선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증시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더욱이 국내 증시는 미국과 함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올림픽 이후 고물가와 성장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6,124.0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이어가 19일에는 2,284.59까지 떨어졌다.

증시가 경기상황에 앞서 반응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이 매우 높아 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국내 경제 상황도 안 좋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경상수지가 6월 들어 수출 호조에 힘입어 7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하기는 했다.

그러나 국내 경상수지는 작년 12월 이후 올해 5월까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앞으로 미국과 중국 경제의 영향에 따라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가전제품, 철강 등 물건을 많이 팔아야 성장성을 지속할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물건 팔 곳은 줄어들고 경상수지마저 악화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투자매력을 느끼기 힘들게 된 것이다.

따라서 증시 일각에서는 초단타를 노리는 전문가나 기관투자가가 아니면 당분간 현금비중을 확대하고 악재들이 해소되고 반등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 증시가 선진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지만 반등 기대감이 크게 낮아지는 등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했기 때문에 추가하락도 배제할 수 없고 반등이 나와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 증시가 상당기간 조정을 통해 악재들을 선 반영하는 등 바닥을 다지고 있어 4분기부터 반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실적개선 우량주들에 대해 저가매수 전략을 지속하라는 제안도 적지 않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대내외 악재들로 인해 주식시장이 이른 시간에 회복되기 힘들다.

상당기간 횡보장세가 지속할 전망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먹을게' 별로 없는 시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증시가 직전 저점까지 떨어져 추가 급락할 가능성은 미미하다.

경기 민감도가 낮은 방어주와 하반기 실적이 좋은 종목, 원.달러환율 수혜주 등에 관심을 가질 때다"라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daeho@yna.co.kr